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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벌랏한지체험마을

등록날짜 [ 2013년07월18일 13시24분 ]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이 소통을 이루도록 하는 게 길이다. 길이 산업발달을 주도하게 되면서 사람 사는 곳이라면 터널을 뚫어서라도 산간오지마을까지 사방을 연결시켰다. 

초짜 운전자가 여행길에 나설 만큼 교통 여건이 좋아졌지만 국토의 70%가 산이라 아직 외진 곳에 숨어있는 마을들이 많다. 오지마을의 대부분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양 자연환경과 인심이 옛 그대로다. 그래서 터널 주변이나 대로변에 있는 마을보다 굽이 끝이나 고개 너머에서 만나는 산촌마을에 더 정이 간다. 

호수를 바다로 생각하는 내륙도 충북, 그중에서도 대청호를 끼고 있는 문의면 벌랏마을(소전 1리)이 그런 산촌마을이다. 대청호반에 깊숙이 숨어있는 오지마을이라 문의면소재지에서 승용차로 40여분 좁고 험한 고개를 넘고 굽이를 돌아야 한다.

 

 

▲ 벌랏마을 못미처(염티리)에서 소로 쟁기질 하는 모습

 

하지만 마을까지는 소로 쟁기질하는 시골풍경이나 수면에 햇살을 머금은 호수의 풍경이 이어져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청주부근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마을 입구의 높은 언덕에서 돌탑과 방문객을 환영하는 안내판을 만난다. 안내판에 마을의 역사와 자연환경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자연그대로 골짜기에 숨어있는 벌랏한지마을이 보인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하여 화전으로 생계를 이어온 곳으로 마을의 역사가 400년이 넘었다. 골짜기에 밭이 많아 '앗'하고 놀란 소리가 마을의 이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항아리 속에서 내다보는 하늘을 닮았다.  

 

▲ 벌랏마을 풍경 1

 

 

▲ 벌랏마을 풍경 2

 

22세대 40명이 사는 마을에 들어서면 낡고 낮은 집들이 작은 개울을 따라 내려가며 양옆으로 들어서있는 전형적인 시골풍경이다. 방치되고 있는 폐가, 담배 말리던 건조실, 솔가지가 얹혀있는 낮은 돌담, 여인네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빨래터, 군데군데 속살을 드러낸 흙벽돌, 작아도 격식을 갖춘 일본식 건물, 여기저기 널려있는 살림살이가 60년대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대청댐이 생기기 전에는 배가 이 마을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한지체험장 추진위원회 대표인 박상하씨(55)는 "나루터가 마을의 입구였고, 나룻배를 타야만 들어올 수 있던 육지 속의 섬이었다."고 말한다. 대청호 속에 숨어있다 갈수기에 흔적을 드러내는 벌랏나루터와 호수 쪽에 있는 성황당이 역사의 증인이다.

박 대표에 의하면 한지, 잡곡, 과실이 풍부해 한때는 삼천냥의 부자마을로 인근에 소문이 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산촌마을과 실정이 비슷하다. 얼마 되지 않는 농경지마저 대부분 밭인데다 노인들만 살고 있어 소득원도 없다. 연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소득으로 쌀까지 사다먹는 현실을 웃으면서 얘기하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여유를 배운다.

 

▲ 한지체험장과 마을회관

 

오래 전부터 닥나무로 한지를 생산하던 마을에 전통한지체험장이 세워지며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한지ㆍ한지공예체험, 자연생태체험, 곤충만들기, 들꽃판화, 별자리관찰 등 색다른 체험거리가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험장과 민박시설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밭에서 나물캐던 할머니는 청정마을에서 자란 산나물을 도회지 사람들이 좋아해 수입이 늘어났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벌랏마을은 해가 일찍 넘어간다. 샘봉산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녁 풍경이 서정적이다. 벌랏마을의 밤하늘은 깜깜해서 아름답다. 하늘에 총총 박힌 별들이 반짝거리며 어둠을 밝히는 날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 한지공예가 이종국씨 가족

 

벌랏마을에는 옛 선인들이 살던 방식을 고집해 돋보이는 삶이 있다. 2년 전, MBC 휴먼 다큐로 방영된 "벌랏마을 선우네"가 그런 가족이다. 이십년간 세계를 돌며 수련을 해온 명상가 이명옥씨와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돈 없이 사는 삶을 택한 이종국씨는 물질문명을 피해 벌랏마을에 찾아왔다가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들 선우를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키우고, 자연을 이용하면서 돈 없이 사는 법을 가르친다.

한지공예가인 이종국씨는 매스컴을 보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작업장까지 안내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뒤뚱거리며 걷던 선우가 이제는 노란색 가방을 메고 학교버스에 오르는 문의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이다. 집 뒤편의 작은 원두막에 선우를 자연 속에서 키우기 위해 아버지가 손수 만들었다는 요람이 매달려 있다. 요람을 밀며 선우를 바라보는 사랑스런 눈빛에 가족의 신나고 즐거운 인생살이가 녹아있다.

누구의 발걸음이라고 막을 수 있겠는가? 마을을 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 마을이 왜 소중한지를 알게 된다. 남의 것을 탐하거나 가진 것을 자랑하려는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얻을 것이 없다. 

도회지 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것들이 많은 벌랏마을. 다듬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자연과 어울리며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특별해 보인다.
 
*도움자료 
①도로안내 : 청원상주간고속도로 문의IC → IC 삼거리 좌회전 → 문의사거리 좌회전(청남대 방향) 509번 지방도 → 괴곡삼거리 좌회전(보은,회남 방향) → 염티삼거리 우회전 → 소전2리 → 벌랏마을(소전 1리) 
주변 볼거리 : 월리사,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양성산, 현암사, 대청댐물문화관

 

충청북도>청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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