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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폭염을 보내는 경안천여행

폭염 속 옥수수와 토마토를 먹으며 달려간 경안천 자전거여행
등록날짜 [ 2013년08월14일 14시47분 ]

 [자전거] 폭염을 보내는 경안천 자전거여행

- 보슬비, 소나기, 장대비, 여우비 ... 오늘 다 맞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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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속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건 곁에 강이 있어서다.
ⓒ 김종성

 


한 달 넘게 계속된 눅눅하고 지루했던 장마가 마침내 끝났나 싶더니,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한낮의 무더위에 장맛비가 다시 그리운 8월의 여름날. 자전거 여행을 감행할 수 있었던 건 기상청의 소나기, 혹은 국지성 호우 소식 덕분이었다. 

지난밤 영상 29도를 넘나드는 열대야로 쉬이 잠을 못 이루다가 눈꺼풀을 잠깐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요란한 자명종 소리와 함께 벌써 아침이다. 자전거 여행이고 뭐고 그냥 푹 자려고 했건만 자명종 소리가 하도 끈덕지게 울려 겨우 눈을 떴더니 아침 일찍부터 짝을 부르는 수컷 매미들의 합창소리였다. 녀석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매엠 맴~' 안 일어나면 '맴매'라도 할 기세다.

폭염 속에서도 시원한 소나기와 장대비의 물세례를 맞으며 달려간 이번 경안천 자전거 여행은 다 매미들 덕택이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해 광주시를 거쳐 한강으로 합쳐지는 경안천은 특히 상수원 보호구역인 팔당호와 이어지면서 펼쳐지는 풋풋하고 서정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자가용을 몰고 드라이브를 많이 가는 곳이지만 차로 휙 지나가며 눈으로만 감상하기엔 아까운 곳이기도 하다.

자전거 라이더를 흥분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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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보라를 일으키며 댐에서 방출하는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 김종성

 


수도권 중앙선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팔당역에 내렸다. 팔당역 인근에 있는 팔당호를 지나경안천변을 달릴 계획이다. 아침부터 삶은 옥수수가 된 듯 푹푹 찌는 날씨라 자전거 타려는 사람은 나 혼자겠거니 했는데 웬걸 팔당역 주변이 자전거 라이더들로 북적거린다. 인기 있는 자전거 코스인 남한강변 자전거 길을 달리려는 사람들이다. 폭염의 날씨지만 남한강이 옆에서 흐르고 있어 덜 덥게 느껴지나 보다. 

보행로 옆에 자전거 도로가 생겨난 팔당대교를 건너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방면을 향해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는다. 주말을 맞아 팔당호 옆 드라이브 길에 나들이를 나온 차량들이 정체로 줄지어 서있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길이 안 막혀 좋겠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 운전자들의 옆을 스치며 신나게 내달렸다.

저 앞에서 거대한 폭포소리가 들려온다. 다가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폭포 소리의 정체는 팔당댐. 간간히 내렸던 비가 많이 고였는지 수문을 열고 가두었던 물을 한강으로 방출하고 있다. 분출하는 큰 물소리와 하얀 물보라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런 장면이 이채로웠는지 나무 데크 길이 있는 댐 전망대가 다 있고, 주변에 음료나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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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라이더에게 무더위를 이겨낼 힘을 주는 보양식 뜨끈뜨끈 옥수수.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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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에 물을 주며 흐르는 풋풋한 경안천.
ⓒ 김종성

 


팔당댐을 지나 경안천과 만나게 해주는 45번 차도는 팔당호가 시원하게 펼쳐져 좋지만 흰색 선을 경계삼아 차량들 옆에서 갓길을 달려야 한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길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거북이 주행을 하는 차량들이 내뿜는 에어컨 열기로 후끈후끈하다. 페달을 밟을수록 자전거가 일으키는 바람을 쐬며 이런 열기를 식힌다. 작가 김훈 아저씨가 왜 자전거 애칭을 풍륜(風輪)이라 지었는지 알 것 같다. 

이런 날씨엔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나무만큼이나 반가운 게 구름의 출현이다. 길 위 곳곳에 구름이 만든 그늘이 드리운다. 자전거 여행자에겐 등 뒤에서 부는 바람만큼이나 고마운 자연의 손길. 구름 그늘이 많다 싶더니 기상청의 예보대로 정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같이 달리던 차량의 운전자들도 길가에서 옥수수와 과일을 팔던 노점상 아저씨도 모두가 반기는 단비다.

처음에는 보슬비 수준이었던 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이 흐려질 정도의 장대 같은 소나기로 바뀌어 쏟아져 내린다. 머리와 목, 등에 소나기 안마를 받으며 달리는데 천둥소리를 내며 내리는 뇌우(雷雨)까지 쏟아지는 통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오가는 차량들이 차도에 고인 물을 바퀴로 차며 크고 작은 물세례를 뿌려줄 적마다 다시 정신이 번쩍 든다.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핸들을 꽉 잡은 팔뚝과 힘차게 페달을 밟는 다리에 긴장과 흥분의 호르몬 아드레날린이 마구 샘솟는다.

비와 뙤약볕이 교차하는 길, 휴식을 위해 들른 노점에서 자전거 탄 아저씨와 얼굴을 마주하고 콩국수와 삶은 옥수수를 먹었다. 땀인지 비인지 온몸에 송글송글 물이 맺힌 아저씨의 모습에서 내 꼴을 예상한다.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왠지 동지처럼 느껴지고, 어디까지 가느냐, 즐라 안라 (즐거운 라이딩, 안전한 라이딩의 자전거 용어) 하시라며 서로 힘을 북돋워주었다.

비온 후 더욱 풍요로워지는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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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안천을 따라 수변산책로가 나있는 경안천 생태습지공원.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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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에서 보이는 경안천의 '자연'스러운 풍경.
ⓒ 햇살바람

 


광동교를 건너면 찻길은 45번에서 325번으로 바뀌고 퇴촌면을 향해 우회전하면 비로소 경안천이 눈앞 가까이에 다가온다. 올해로 11회째 토마토 축제를 열고 있다는 퇴촌면 동네답게 길가에 토마토 농장과 과일을 파는 노점이 많다. 마을 정자 같은 노점에 앉아 농장에서 갓 나온 빨갛고 큰 토마토 외에 주황색을 띤 대추모양의 토마토가 신기해 먹어 보니 예쁜 모양만큼 달다. 

아주머니는 이런 날 자전거를 타고 어딜 가냐며 더 먹고 가라고 큰 토마토들을 바구니에 더 담아 주셨다. 후식으로 달고 진한 시골표 냉커피까지 주시고, 퇴촌면 주민들의 훈훈한 인심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아주머니의 정보에 의하면 퇴촌면의 경안천변에도 자전거 도로가 생긴다니 내년엔 토마토 축제에 꼭 가봐야겠다. 
  
경안천변에는 물과 숲이 어우러진 서정적인 풍경의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이 있다. 샤워꼭지처럼 솟아 있는 재미있는 모양의 연밥과 빗물 방울이 알알이 맺힌 수련 밭, 가을 풍경이 기대되는 갈대숲까지 펼쳐져 있는 넓은 습지공원이다. 경안천이 팔당호와 합류하면서 이런 큰 습지가 만들어졌다. 특히나 비 내린 후 찾아가니 경안천변에 물안개가 구름처럼 그림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공원을 이루는 초록빛은 더욱 짙푸르게 다가온다.

개구리 소리와 풀벌레 소리, 녹음으로 가득한 공원을 산책하다 사각 구멍이 뚫려 있는 조류 전망대에 고개를 넣어 보았다가 난생 처음 쇠물닭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에 번식하는 여름새로, 부리에서 이마까지 새빨갛고 울음소리가 참 독특한 쇠물닭은 인적이 드문 늪지대에서 주로 생활한단다. 이름은 한국적이지만 외양는 참 이국적인 새다. 

팔당호의 최대 지천인 경안천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천오염의 대명사였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태어나 광주시를 거쳐 팔당호로 들어오는 43.9㎞의 경안천은 상수원 팔당호를 오염시키는 수질악화의 주범이었다.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 측정한 경안천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4급수 이하, 하수도나 다름없는 물이 흐르던 '죽음의 하천'이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도심 속에서 열리는 오일장터, 경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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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와 풋풋한 개천이 있어 덜 무더웠던 경안천 자전거 여행.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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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맷돌도 맷돌을 돌리는 할머니의 손길도 정겨운 경안시장 오일장터.
ⓒ 김종성

 


경기도 광주시 방면의 이정표를 따라 경안천변 찻길을 따라 계속 달리면 어느 새 경안천 자전거 도로가 나타난다. 광주시에서 만든 자전거 도로인 듯하다. 어느 동네나 자전거 도로는 비슷비슷하지만 여행지에서 그 동네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조금 색다르다.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수고했다며 아까까지의 먹구름대신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나 라이더를 맞이해준다. 

이곳에도 소나기가 많이 내렸는지 동네와 동네를 이어주는 경안천변 징검다리가 물에 잠기고 그 위엔 왜가리가 물속을 지긋이 응시하며 서있다. 광주시에서 만든 자전거 도로가 끝날 때까지 계속 달려 보았다. 그 와중에 이름도 재미있는 '여우비'를 맞아 보았다. 햇볕이 쨍한 날에 잠깐 내리는 여우비는 오랜만에 봐도 참 신기하다. 보슬비, 소나기, 장대비에 여우비까지 참 다양한 비를 몸으로 체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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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안시장에서 만난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옷들을 파는 명동타운.
ⓒ 김종성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러 광주시 종합버스터미널에 갔다가 경안동에 재래시장이 있는데 오늘(매 3일, 8일)이 오일장 날이라고 한다. 소나기를 실컷 맞기도 했지만 이런 행운도 생기니 그리 운이 나쁜 날 만은 아닌 것 같다. 광주시 도심 속 목 좋은 곳에 있는 경안시장은 한 눈에 봐도 오랜 전통의 큰 시장이다. 게다가 주말의 오일장 날이라니 동네 사람들이 다 올 것 같다.

경기도 광주시의 중심지역이다보니 대형마트에서 가만 놔둘 리 없다. 경안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높고 큰 E마트가 동네의 랜드마크처럼 우뚝 서있다. 아무리 오일장 날이라지만 경안시장은 애초에 이 공룡 마트와 상대가 되지 못할 듯싶다.      

오일장 날이라 장터에 노점상들도 많이 나와 있는데 그 중 맷돌을 가는 할머니가 눈길을 끈다. 한 눈에도 단단해 보이는 맷돌이 신기한 나머지 잠시 쉬고 있는 할머니에게 "맷돌 좀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부탁을 했더니, 맷돌로 갈은 곡식을 사면 맷돌을 돌리겠다 하신다. 도시의 오일장이라서 그런지 할머니의 장사 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맷돌 가운데로 난 구멍에 곡물을 넣으면서 맷돌을 천천히 돌리자 곱게 갈려진 곡식이 나온다. '어처구니 없다'라는 표현에 나오는 어처구니는 맷돌을 돌리는 손잡이의 이름이었단다.
 
경안천은 광주시에서 발원지인 용인시까지 계속 이어져 있는데, 광주시 경안동, 경안시장과 함께 돌림자를 쓰는 형제지간 같아 그런지 이 동네에 더 오래 머무는 것 같다.

ㅇ 주요 자전거 여행길 ; 중앙선 팔당역 - 팔당대교 - 팔당댐 - 45번 지방도 - 광동교 - 325번 지방도 -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 광주시 경안천 자전거 도로 - 경안동 시장 - 광주종합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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