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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상회,터미널 다방,대장간...여기 서울 맞아?

흑백의 풍경이 어울리느 서울 은평구 서부시외 버스터미널
등록날짜 [ 2013년08월29일 14시20분 ]
도시의 바쁜 삶에 지친 사람에게 어딘가로 떠나게 하는 여행 유발자 같은 것들이 몇 있는데 '터미널'도 그 중 하나다. 비슷하게 공항 터미널, 고속버스 터미널 등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시외버스터미널이 그런 여행과 잘 어울린다. 시외버스터미널은 찻길로 얘기하면 왠지 국도와 같은 느낌이 든다. 빠른 시간 내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게 목적인 고속도로와 달리 국도는 여행의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좋은 건 촌스럽고 풋풋한 대합실 때문이기도 하다. 작은 매점이 하나 있는 대합실 의자에 앉아 오고 가는 남녀노소의 사람들을 바라보면 왠지 편안한 기분이 들어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좀 더 늦게 오길 바라기도 한다. 강원도 정선의 버스터미널, 제주도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풍경이 눈앞에 선하다. 

그런 터미널이 내가 사는 도시 서울에 떡하니 있다니 처음엔 믿기기가 않았다. 동서울 터미널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긴 한데 내가 '원하는' 그런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흑백의 풍경이 어울리는 그곳은 바로 서울 은평구의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이다. 수도권 전철 3호선 불광역(7번 출구)에 내리면 걸어가도 될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  터미널 버스 승하차장에 일반 승용차가 들어와 있는걸 보니 왠지 웃음이 나고 여유가 느껴진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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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먹었던 추억의 과자를 파는 가게가 터미널 앞에서 어엿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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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등 타 교통편의 발달로 서부버스터미널도 예전 같지 않다고 들었는데 터미널에 가까워지자 겨울 찬 공기에 실려온 매캐한 디젤기름 냄새가 반긴다. 기름냄새를 맡으니 그래도 버스들이 오가긴 하는구나 싶어 안심이 된다. 드디어 버스들이 총총히 서 있는 넓은 터미널의 영역에 들어서자 갑자기 주변 풍경이 바뀐다. 

달라져 버린 풍경의 첫 번째 주자는 금남제과다. 일명 '셈베이'라고 불렀던 어릴 적 추억의 과자를 파는 가게가 터미널 초입에서 여행자를 정겹게도 맞아준다. 크고 작은 상가들과 빌딩들로 분주한 불광전철역 부근 도심이 어느새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렸다. 이곳이 서울인지 어디 소도시의 소읍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터미널에 들어서니 버스 승하차장에 버스와 함께 어떤 승용차가 서 있다. 그 모습이 왠지 웃음이 나고 시외버스터미널의 관용과 여유가 느껴진다. '아! 내가 찾던 그 버스터미널이구나' 혼자 실실 웃는 나를 누군가 봤다면 멀쩡한 사람이 어쩌다 실성했나 했겠다.

 

 

 

▲  소도시의 읍내 버스 대합실이 연상된다. 
ⓒ 김종성

 


버스 터미널의 얼굴은 대합실이다. 낮에도 영하의 날씨라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대합실로 들어갔다. 대합실 입구 벽에 붙어 있던 버스 시간표 자리엔 시간표 대신 지명수배자들을 알리는 경찰서의 전단지가 붙어 있다. 수도권 전철이 일산, 문산, 의정부 넘어까지 뻗어 가면서 서부버스터미널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인터넷 지도에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이 아닌 서부버스터미널로 나오나 보다. 

시외버스터미널의 '왕년에' 시절을 기억해달라고 말하듯이 대합실은 넓고 요즘엔 보기 드문 길쭉하게 생겨 눕기도 좋은 의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 바쁘게 표를 사고 팔았을 매표소도 남아 있는데, 역시 창구 구멍은 참 자그마하다. 

어디로 가시려는지 짐을 든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고, 모자에 제대 마크를 단 군복차림의 젊은 병장들이 환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쓸쓸하면서도 정취가 묻어나는 시외버스터미널만의 정경이다. 대합실 놓여있는 고객용 나무 벤치 의자에 앉아 있자니 어디 멀리 소도시나 작은 읍내 여행이라도 온 것 같다.

대합실 옆에 터미널안내사무소라는 작은 팻말을 단 사무실이 있고 창문 안으로 백발이 성성한 초로의 아저씨 한 분이 모니터를 열심히 보며 뭔가를 작성하고 있다. 용기를 내어 들어가 "뭐 좀 여쭤볼게요" 하니 아저씨의 얼굴에 경계나 놀람의 표정은 없어 적이 안심이다. 수년 전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이 중흥기였던 때의 사진을 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런 책자나 사진기록은 없으시단다. 사무실 벽에 서 있던 오래된 철제 캐비넷들에게 기대를 걸었는데 아쉽다. 

▲  터미널 부근에 감초처럼 존재하는 여관골목이 이곳에도 성업중이다.
ⓒ 김종성

 





▲  안에 화덕을 갖추고 손수 제작을 하고 있으며, 2대에 걸쳐 운영중인 나름 유명한 대장간이란다.
ⓒ 김종성

 



터미널에 하나 있는 작은 매점에서 간식거리를 사 먹고 터미널 주위를 둘러보았다. 버스터미널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터미널 인근 풍경이다. 제일 먼저 인상적으로 눈에 띄는 곳이 여관골목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의 옛 영화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골목 골목에 여관과 여인숙 간판이 불을 환하게 켜고 서 있다.    

주변 가게나 상가들의 불 켜진 간판들을 보니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이 번성했던 때로 돌아간 것 같다. 개미상회, 터미널 다방, 터미널 탁구장, 불광 대장간… 서울에서 이런 귀한 이름을 가진 가게들을 마주하니 타임머신을 탄 듯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든다.

요즘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의 버스들은 파주, 고양, 의정부 등지에 전철이 가지 않는 길과 동네를 골라서 운행을 하고 있다. 노선이 줄어들어 한가한 시골버스 정류장 같기도 하고, 시대에 밀려 이제 더 이상 시외버스터미널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만의 쓸쓸함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보석 같은 곳이다.

 

 


 

서울특별시>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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