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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산(富産)스럽게도 많다!

해운대 바닷가, 달맞이길, 용궁사, 기장시장.. 풍성한 부산 바닷가 여행
등록날짜 [ 2014년03월06일 09시55분 ]
훌쩍 여행이 떠나고 싶을 때마다 어디 좋은 곳이 없을까 하고 들리는 곳이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다. 계절에 따라 기차로 갈 수 있는 좋은 여행지와 기차역 주변의 시티 투어, 상품으로 나온 여행 코스까지 다양한 정보가 나와 있다. 이즈음 차디 찬 세면대 수도물에 무심코 손을 담그곤 마음까지 움찔하다가도, 정겨운 이름의 기차역과 풍경이 있는 여행지를 대하노라면 떠나고픈 마음과 여행의 설렘으로 불끈 기력이 솟는다.

철도공사 홈피의 여행정보 중 '자유여행패스'란 것을 알게 되었다. KTX를 제외한 기차를 3일 동안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승차권으로 1인용과 (5만6000원), 2인용(8만9000원)이 있다.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이라는 단점이 있어서 여행 전 철도공사 홈피에서 미리 좌석상태를 확인하는게 좋겠다. 이 기회에 평소 가보고 싶었으나 멀게 느껴져 왠지 부담스러웠던 부산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서울 청량리역에서 밤 9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밤 기차에 애마 자전거를 실었다. 다음날 새벽 4시 반에 도착예정인 곳은 바닷가가 코앞에 있는 해운대역. 3시간이 걸리는 KTX시대에 장장 7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가는 것이다. 시대에 뒤쳐진 느려터진 기차를 탄다는 생각보다는 여유와 낭만이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여행이 주는 장점, 기차 안에 있는 카페가 그런 느낌을 더해준다.        

기사 관련 사진
▲  여름날 수많은 사람들로 분주했던 해운대는 겨울이 오자 비로소 재충전하며 쉬고 있다.
ⓒ 김종성


 


▲  해운대역을 지나 바닷가를 따라 달려가는 기차길 건널목, 사진 뒤쪽이 해운대 바다다.
ⓒ 김종성

 


포근한 느낌이 드는 부산의 겨울 바닷가 
             
평소엔 한참 꿈나라를 헤맸을 새벽녘 컴컴한 해운대역에 도착하니 역무원 대신 뽀얀 안개가 온몸을 감싸며 반긴다. 애마 자전거를 타고 바로 앞에 있는 해운대 바닷가를 향해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고씽. 아무도 없는 해운대 바닷가엔 이 시간에도 불밝힌 '할매 돼지국밥집'이 있어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하고, 조명과 달빛을 받은 파도가 찾아와주어 그리 적막하지만은 않다. 

여름 내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린 바다는 겨울이 돼서야 비로소 재충전을 하며 쉬고 있는 듯 편안해 보이고 파도소리도 세차지 않고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한파가 들이쳐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한 서울에서 몸을 움츠리고 찾아온 여행자를 해운대는 부드러운 파도와 함께 포근하게 맞아준다. 

돼지국밥의 후식으로 바닷가 편의점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다위로 떠오를 태양을 기다린다. 편의점 아저씨의 예언대로 날씨가 흐려 멋진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바로 옆 작은 미포 선착장에서 밤새 고기잡이를 마치고 들어오는 어선들과 빨간 대야에 담긴 살아 펄떡이는 장어, 문어, 오징어 등을 파는 새벽녘의 부산 아지메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울 바닷가 여행은 게으른 나를 반성하게 하고 삶의 치열함을 일깨워주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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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맞이길' 달빛을 쬐며 걷는 길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편안한 오솔길이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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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 해변엔 하늘빛의 말간 바닷물, 곱고 푹신한 모래와 귀여운 갈매기들이 있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겨울바다로 기억될 만한 곳이다.
ⓒ 김종성

 


날이 밝았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산책 혹은 운동하는 부지런한 부산 시민들을 뒤로 하고 '달맞이길'이라 써있는 이정표를 따라 언덕위를 달려 오른다. 예쁜 카페와 개성있는 디자인의 갤러리들, 새소리 들리는 오솔길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는데다 바로 옆에 부산 앞바다가 펼쳐져 있어 오르막길이지만 힘든 줄 모르고 '달맞이 고개'도 가뿐하게 넘게 된다. 요즘은 길 이름도 갖가지여서 '달맞이길'이라고 불리는 달빛 쬐며 걷는 길도 지나가 본다.

그렇게 달맞이길을 따라 발 아래 펼쳐진 바다의 풍광을 감상하며, 천천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송정해변에 도착했다. 이웃 해운대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그 덕에 해변의 모래는 곱고 풍성하며 바닷가에서 귀여운 갈매기들이 노니는 풍경은 하늘빛의 말간 바닷물과 어울려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작은 동네 안에 들어서 있는 아담한 간이역 송정역은 아쉽게도 얼마 전부터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기차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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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가 들이치는 바닷가에서 만난 절 해동 용궁사, 이름만큼이나 이채로운 곳이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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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 입구에 띠에 해당하는 12마리의 동물 석상이 서있어 재미있다.
ⓒ 김종성

 


바닷가에 용이 지키는 절이 다 있네

고려시대 우왕때(1376년)에 창건되었다는 '해동 용궁사'. 이름이 참 거창하고 어릴적 읽었던 전래 동화속에 나오는 용왕님이 사는 집 같다. 절하면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파도가 들이치는 바닷가 암벽에서 이름도 특이한 절을 마주치니 여행자에겐 더더욱 이채로운 곳이기도 하다. 유명하다 싶은 절에는 꼭 입장료를 받는 곳이 많지만, 이 절은 매표소 대신 입구에 띠별로 12마리의 동물 석상과 그 밑에 복전함을 세워놔 그 발상이 재미있고 맘에 든다.

바닷가의 절이라 독특해서 그런지 이곳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들 찾아온다. 홍콩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연신 대화를 나누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다가 법당 앞에 서자 조용히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무척 친근하다. 법당안에서 들려오는 스님의 정갈한 목탁소리와 바로 뒤의 바다에서 들려오는 청명한 파도소리가 묘한 대비와 감흥을 전해준다. 왠지 이 절의 스님들은 일반적인 스님들과 불심이 좀 다를 것 같다. 

이 절의 주지스님은 유머가 있는 분인지 경내에 웬 통통한 황금색 돼지 두 마리의 석상이 복(福)자와 함께 서있어 방문객들을 웃음짓게 한다. 물론 절 이름에 맞게 발톱을 세우고 승천을 하고픈지 하늘을 향해 혀를 낼름 거리는 용도 있다. 다행히 짠맛이 안나는 약수물을 마시며 물통을 채우고, 동굴안에 있는 불상도 감상하고, 스님들과 당당히 동거중인 고양이들과 눈인사도 하고, 절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서서 바다를 향해 서보기도 하고.... 여행자의 발길을 오래 머물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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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마을의 모습은 어디나 한가롭고, 소박해서 그런지 보는 이의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푸근해진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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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대변항에서 알게 되었다.
ⓒ 김종성

 


멸치의 본고장 대변항, 활기가 넘치는 기장시장 

해동 용궁사를 나와 연화리 바닷가 마을을 지나 대변항을 향해 가는 길은 제주도의 어느 바닷가 마을과 참 닮아서 페달을 멈추고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한다. 대문이 열린 채 바닷가의 집 앞 평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먹거리를 다듬고 있는 동네 아낙네들, 노랗고 하얀 등대를 배경으로 갯바위에 끼리끼리 모여 있는 갈매기와 새까만 가마우지들. 그러고보니 제주도가 그리 멀지않은 동네다.

이름은 좀 거시기 하게 지었지만 대변항은 멸치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배에 가득한 멸치를 어부들이 그물로 쓸어내고 털어내는 장면은 많은 사진가들이 애호하는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손가락 두 개를 합친 크기의 멸치에서 가까에 얼굴을 들이대야 보일정도로 작은 것까지 멸치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니. 

갈치로 만든 젓갈도 처음 보았고 꽁치와 고등어는 왜 젓갈로 안 만드는지 대변항 '뚱보 아지매' 가게에서 배운다. 나의 이런저런 질문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대답해 주시던 멸치가게 아저씨는 전국 멸치의 60%가 여기서 난다면 4월엔 멸치축제도 하니 그때 또 놀러 오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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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장읍의 기장시장은 매일이 오일장터처럼 활기차고 저 미역처럼 싱싱하다.
ⓒ 김종성

 


가까이에 있는 기장군 기장읍에 찾아간 것은 기차역(기장역)도 있지만 매일매일이 오일장 같다는 기장시장이 있어서다. 부산사는 친구가 꼭 가보라고 했던 추천 여행지이기도 하다. 시장에 다가갈수록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듯 정말 왁자지껄한 활기가 느껴진다. 장터가 무척 크고 오일장날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시장통길 양편에서 들려오는 "OO사이소~" 하는 아낙들의 목소리가 재미있고 정답다.

싱싱할수록 짙은 갈색을 띤다는 미역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고, 기장의 명물 먹거리라고 하는 붕장어가 꿈틀거리고, 입벌린 큰 조개같은 귀한 전복이 지천에 보이는가 하면, 공포영화에 나옴직한 러시아산 대왕 대게들이 수족관 물위로 넘실거린다. 시장 한켠의 좌판에서 파는 고래고기도 눈길이 가고 간장에 찍어먹는 게 아닌 분무기로 뿌려서 먹는 어묵집의 뜨끈하고 오동통한 어묵이 인절미처럼 쫄깃하다.             

외지인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대놓고 사진 찍기가 눈치 보이고 어려운 곳이 시장통인데, 기장시장은 개의치 않고 찍으라고 물건을 보여주거나 대게를 붙잡고 익살맞은 포즈까지 취해주는 상인들이 있는 투박하면서도 화통한 곳이다. 부산사는 친구가 왜 꼭 가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부산이라는 동네는 이렇게 바다에서 비롯되고 나는 것이 많아 '부산(富産)'으로 내 나름의 이름을 지어보게 하는 곳이다. 

기사 관련 사진
▲  해운대역에 내려 달맞이길 - 송정해변 - 해동 용궁사 - 대변항 - 기장읍 기장시장 까지의 포근한 부산 겨울바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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