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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경칩이 지나도 '겨울왕국'

등록날짜 [ 2014년03월10일 11시37분 ]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지났건만 설산의 눈꽃은 여전히 성성하다.

강원도에 폭설 소식이 있던 다음 날 대관령 고갯길에 올랐다.

올 겨울은 눈 소식이 있을 때마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 머무는 통에, 눈꽃보다 봄꽃이 먼저 반겼다.

겨울 끝자락에서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꽃 트레킹에 나섰다.

해마다 겨울이면 눈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선자령 풍차길.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해 국사성황당 쪽으로 길을 잡았다. 대관령에도 ‘3다(多)’가 있다는데, 바로 눈과 바람, 추위다.

잔뜩 무장을 하고 간 것에 비해서는 덜 추웠지만, 오후 나절에는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안개눈이 흩뿌렸다.

영화에서나 봤던 화이트아웃(눈이 많이 내린 뒤 눈 표면에 가스나 안개가 생기면서 주변의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

새하얀 어둠은 하늘이며 땅이며 앞서 가던 사람들의 뒷모습마저 삼켜 버렸다.

 

 

 

 



 

국사성황당 옆을 지나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향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내내 뒤를 따랐다.

봄을 앞두고 걷는 눈길이라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애틋하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새봉 전망대에 올라서자 백발 성성한 산줄기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능선 너머로 강릉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을 기대했지만 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그나마 희끗희끗 눈이 내려앉은 산능선을 내려다보는 맛은 장쾌했다.

 

 

 




 

새봉 전망대에서 선자령까지 남은 길은 2.5km. 잔가지마다 녹다 만 눈뭉치가 솜사탕처럼 걸려 있다.

눈이 다 녹고 온전히 봄이 찾아오면 이 길 곳곳에 야생화가 돋아난다. 눈꽃 만발한 숲길을 헤치고 걸어 나가니 은빛 설원이 펼쳐졌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와 건너편 산허리에 피어오르는 눈보라가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몇몇은 길을 벗어나 허리까지 차오르는 눈밭을 휘저었다.

 

 





 

은빛 풍광에 취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걷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선자령 정상이다.

아껴둔 풍경인 듯 삽시간에 절경이 두 눈을 비집고 들어온다. 계방산과 오대산, 황병산, 멀리 설악산 대청봉까지

새하얀 눈을 뒤집어 썼다.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플 지경이다.

설국 한복판에 서서 커다란 풍차 날개가 쉬익쉬익 실어다주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하산길은 대관령 양떼목장 방향으로 잡았다. 탁 트인 능선을 바라보며 올라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풍경 속을 걷는 길이다.

옅은 안개가 지나가는 전나무숲과 생각지도 못했던 자작나무숲이 길손을 반겼다.

앞서 간 일행들에 이미 많이 뒤쳐진 상태였지만, 간극을 좁히기에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길이었다.

 

 





 

눈꽃이 무겁게 내려앉은 잣나무 군락지에 들어섰을 땐 그만 마음을 탁 놓아 버렸다.

추위를 잊을 만큼 포근하고 아늑했던 그 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의 달큰한 위로였다.

잣나무숲을 지나 양떼목장 옆길을 지날 때, 난 이미 하얀 어둠 속을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객이었다.

출발점이었던 옛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기까지 겨울 숲은 허연 입김을 연신 뿜어냈다.

하얀 어둠 한복판에 서서, 그렇게 겨울을 떠나보냈다.

 

 

* 코스

옛 대관령휴게소→국사성황당→통신중계탑→새봉 전망대→선자령 정상→풍해조림지→양떼목장 옆길→옛 대관령휴게소

(총 10.5km, 약 4시간 30분)

 

 

강원도>평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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