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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도 없는데... 망원시장 만큼 잘 나가는 이곳

자전거로도 좋은 서울 둘레길 6코스, 안양천변길
등록날짜 [ 2014년11월12일 10시27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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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바람에 춤을 추는 갈대, 물억새로 늦가을 분위기 풍성한 안양천변.

ⓒ 김종성

 


'서울 둘레길'은 걷고 싶은 서울의 길들을 찾아낸 곳으로 코스를 모두 합치면 약 175㎞나 되는 거리다. 한양도성길, 근교산 자락길, 생태문화길, 한강지천길 등 성곽, 산, 공원, 습지, 강, 하천 등 길이 다양하기도 해 이 도시를 다시 보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누리집에서 자신의 체력과 취향 혹은 집과 가까운 길을 찾아서 갈 수 있다. 

수도권 전철 가양역~석수역 사이를 지나는 서울 둘레길 6코스는 안양천 길로 불리는 한강지천길의 대표적 길이다. 약 18km의 거리로 한강과 천변의 풋풋한 풍경과 다양한 하천길이 펼쳐진 안양천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걷기 코스지만 자전거로 지나기도 좋아 도시의 자전거족에겐 더욱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한강가까지 떠내려온 풍채 좋은 바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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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주에서 공암나루까지 흘러 왔다는 풍채좋은 광주 바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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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아저씨 자전거족이 모두 모여 쉬어가는 한강과 안양천의 합수부.
ⓒ 김종성

 


수도권 전철 9호선 가양역에서 내려 가까운 한강가로 가면 아파트와 한강 사이로 길게 나있는 공암나루 근린공원이 나온다. 한강 바로 옆에 나있는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편안한 공암 나루 공원이지만, 강변의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을 막기 위해 높이 설치해 놓은 방음벽으로 한강의 풍경이 보이지 않아 늘 아쉽다.

공원 이름에 뭔가 유래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조선시대 도성과 양천고을, 강화를 이어주던 나루 중간쯤에 구멍이 뚫려 있는 바위가 있어 구멍바위, 즉 '공암'이라 하는 나루의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화창한 가을 햇살을 즐기러 나온 아이들, 동네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달리다보면 도심 공원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바위가 비현실적으로 나타난다. 풍채 좋은 이 바위들에 붙은 이름은 '광주암'. 전설에 따르면 과거 큰 장마 때 경기도 광주에서 물에 떠내려 온 바위란다. 지금의 강변 올림픽대로가 생겨나기 전에는 이곳까지 한강물이 들어찬 강가였다니, 바위가 떠내려 왔다는 전설은 사실일 듯하다. 

공원에서 나들목을 따라 강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는 한강가로 들어섰다. 왼쪽으로 가면 풋풋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이 좋은 강서습지생태공원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합수부가 나온다. 시원한 강바람, 민낯에 쬐도 부담 없는 부드러운 가을 햇살을 맘껏 즐기며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합수부에 있는 작은 쉼터엔 나들이 나온 도시의 자전거족들로 북적였다. 평소엔 마주하기 힘든 도시의 젊은이들과 중장년의 아저씨들이 함께 모여 강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 풍경이 이채롭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바퀴 달린 이동형 카페도 있다.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커피 수레가 한강과 참 잘 어울렸다. 합수부를 통해 안양천으로 들어서면 한강과는 또 다른 풋풋한 하천의 풍경이 맞아준다. 

풍성한 갈대, 철새 보호구역이 있는 풋풋한 안양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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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 풍경을 발 아래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좋은 벚나무 뚝방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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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에서 나와 노는 동네 꼬마들의 모습은 예전과 변함이 없다.

ⓒ 김종성

 


중랑천과 함께 한강의 큰 지류 가운데 하나인 안양천엔 자전거와 보행자가 지나는 자전거 도로와 천변길 외에도 중간제방길, 뚝방길 등 다양한 길이 나있어 특별하다. 드넓은 둔치의 천변길이 지겹다 싶으면 다소 좁지만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중간제방길이나 안양천의 경치를 발 아래로 감상할 수 있는 벚나무 가득한 뚝방길을 걸어볼 수 있다. 그 길의 생김새 또한 넓은 길, 좁은 길, 흙길, 갈대길... 등 다양해서 참 좋다. 

무엇보다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운치 있게 해주는 갈대와 물억새들이 휘날리는 하천변의 풍경이 장관이다. 부는 바람과 가을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며 휘날리는 아름다운 물억새들 너머로 유유히 유영하는 오리들과 흰 옷 입은 중대백로들의 움직임은 한결 여유롭게 느껴졌다. 안양천가엔 철새 보호구역이자 일반인의 금지구역이 다 있을 정도로 강 못지않은 큰 하천으로 조선시대에 대천(大川)이라 불릴 정도였다. 

안양천은 한강처럼 쾌적하게 다듬어진 강변과 잘 가꾼 조경을 가진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자연스레 아무것도 없는 땅에 자라나는 무성한 풀들과 갈대숲, 너무 인공적으로 가꾸어지지 않은 하천 고유의 풋풋함이 남아 있어 천변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안양천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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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죽음의 하천이었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수더분하고 풋풋한 풍경이 펼쳐지는 안양천.

ⓒ 김종성

 


놀러온 동네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휘두르며 잡은 잠자리들을 손가락에 끼고서 자랑스레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을 보니, 유년시절 안양천변 목동에 살았던 어릴 적 내 모습과 너무 흡사해 잠시 추억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풍경도 떠올랐다. 여름 장마철 비가 내린 다음 날이면 키다리 나무같이 높다란 할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고 안양천 뚝방에 가곤 했다. 

잔잔한 평소의 모습과 달리 계곡물처럼 빠르게 흘러가던 안양천엔 냉장고, 가재도구 등이 둥둥 떠있었다. 부서진 문짝을 부여잡고 생존을 포기한 듯 허망한 표정으로 물살에 떠내려 가던 돼지들도 흔했다. 익숙했던 곳을 폐허로 만들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 모습으로 복원해 내는 자연의 힘 앞에서 두려움과 함께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안양천은 어린 내게 자연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듯싶다.

천변 중간중간에 그늘이 있는 정자와 쉼터, 정겨운 솟대가 서있는 색색의 예쁜 코스모스 꽃밭 등이 펼쳐져 있어 쉬어가기도 좋고 안양천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지난 1970~1980년대엔 산업화와 개발 시대에 구로공단, 안양공단 등 주변 공장에서 쏟아낸 오수와 폐수로 인해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안양천은 풍부하고 깨끗한 물을 공업용수로 내어주고 다시 오폐수로 받아내며 그렇게 20여 년을 국가와 도시에 희생하다가 199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야 수질이 개선되기 시작됐다.  

절묘한 시장통 길이 매력인 금천구 현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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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장의 명물이 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도넛.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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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어 안주와 막걸리를 파는 홍탁집, 동네 아저씨들로 북적인다.

ⓒ 김종성

 


안양천은 양천구, 영등포구, 구로구를 지나 서울 둘레길 6코스의 끝 지점인 금천구에서 정점을 찍는다. 금천구를 지나면 경기도 안양시다. 금천구란 이름은 좀 생소했는데 1980년 영등포구에서 구로구가 나뉘자 구로구에 속했다가 1994년에야 비로소 금천구로 분구했다고 한다. 가산·독산·시흥 등 10개의 동네를 아우르고 있다.

저녁 식사도 할 겸 금천구를 지나는 안양천변에 산책 나온 부부에게 시장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몇 개의 시장이 있는데 '현대시장'에 가보란다. 하천변에서 1호선 전철 금천구청역 방면 나들목으로 나와 5분 거리에 있는 현대시장은 주민들로 북적이는 풍경이 근래 유명해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버금가는 곳이었다. 시장 이름과 달리 요즘 도시의 전통시장 대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지붕도 없는데 이렇게 장터가 번성하는지 그 이유가 절로 궁금해지는 시장이다.

시장 양편의 가게들 사이를 지나는 절묘한 시장통 길이 그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오토바이가 지나가기엔 좁고, 자전거가 지나는 덴 적당한, 너무 넓거나 좁지 않은 시장통을 지나는 기분이 편안하고 정다웠다. 시장통 사이를 지나기만 해도 푸근하고 배부른 기분이 들다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장의 특징인 1000~2000원 단위로 파는 과일과 떡집들이 흔하고, 한 마리에 6000원 하는 통닭집, 단돈 1000원에 6개나 주는 주먹만한 단팥 도넛은 달기도 하지만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덕분에 제대로 식사는 못하고 도넛, 인절미 떡, 조생 귤 등으로 배불리 잘 먹었다. 시장통 끝에서 이젠 서울에선 보기 드물게 된 '홍탁집'과 마주쳤다. 홍어를 안주로 막걸리를 파는 곳이다. 홍탁집 안팎으로 동네 아저씨들이 다 온 듯 시끌시끌했다. 

내 아버지가 친구들, 지인들과 자주 가던 홍탁집, 어릴 적 어머니의 '특수 임무'을 부여 받고 저녁 나절 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모시러 동네 시장으로 나서곤 했던 술집과 너무도 닮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아저씨들이 원탁에 모여 앉아 추억을 얘기하며 술잔을 건네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자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앉아 있는 것만 같아 쉬이 발길을 떼지 못했다. 안양천 혹은 서울 금천구에 가면 꼭 가볼 곳이 하나 더 생겼다.

 

http://sunnyk21.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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