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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에는 제주 오름의 매력에 취해보자

제주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
등록날짜 [ 2015년09월08일 10시09분 ]

 

 

 

 

 

 

 

[제주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과의 첫 인사

 

 

 

 

 다랑쉬 오름 동쪽에 있는 '아끈 다랑쉬 오름'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것이 바로 오름이다.

많은 이들이 오름에 올라야 진정한 제주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는데, 나는 여지껏 제주행에서 오름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늘 바닷가로 달려가기 바빴으나 이번에는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오름의 자태를 차분히 감상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백 개의 오름 중에 어디를 갈까?

 

여러 오름이 물망에 올랐으나, 첫 번째로 정상에서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다랑쉬 오름'을 골랐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성산 일출봉과 제주 동부의 아름다운 바다를, 서쪽으로는 크고 작은 여러 오름과 그 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산허리까지는 울창한 삼나무, 편백 숲이라 조금 어둡지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퍼지며 상쾌한 느낌이 온 몸에 전해졌다.

 

 

 

 

다랑쉬 오름은 비자림과 용눈이 오름 중간에 있다. 인기 있는 곳이라 주변에 음식점이나 매점이 있을 줄 알았건만, 푸르른 제주 들판에 그야말로 자연미 넘치게 자리 잡고 있다. 오름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안내소와 자연분해식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건물의 전부. 배가 고팠던 우리는 결국 오름까지 다 왔다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점심을 먹고 와야 했다. 산굼부리 쪽에서 다랑쉬 오름으로 온다면 차로 15분쯤 떨어져 있는 웅스키친이나 로터리식당이 근처에 있는 가장 가까운 음식점이니 참고하시기를.

 

 

등산로는 처음에는 계단으로 시작해서 멍석이 깔린 길로 이어진다. 산 사이로 마구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로 정확히 길을 표시해 두어 비교적 길이 잘 닦여 있는 편이다.

 

 

 

  10분 정도 오르면 보이는 풍경이다. 차례로 아끈 다랑쉬 오름, 은월봉, 식산봉 그리고 성산 일출봉

 

 

 

다리가 긴 남편은 대충 걸어도 나보다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빨라서 늘 앞서 걸으며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 그럴 때면 나는 못 들은 척 뒤돌아 사진 찍기에 집중하는 척 넘어가는 숨을 고르곤 한다. ^-^;

그런데 사실, 이곳은 힘이 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뒤돌아보는 것도 있었다. 정말 작고 소소한 노력으로 얻는 보상이 너무 커서 미안할 정도.

 

 

 

  오름의 남쪽으로는 작은 오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풍력 발전기들이 보인다.

 

  

 

삼나무와 편백 숲을 지나면 향기로운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이날은 옅게 구름이 낀 날이었는데도 제주의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소나무는 그 빛을 잃지 않고 있어 도시의 회색빛에 물든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위로해 주었다.

 

 

 

 

 

  소나무들이 점차 사라지고 억새 숲이 보이기 시작하면 정상이 가까워 졌다는 신호다. 조금만 더 힘을!

 

 

 

 

트레킹은 역시 봄, 가을이 최고다. 적당히 따사로운 햇살 덕에 가벼운 옷차림이 가능하고, 멈춰 서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피로를 풀어준다. 거기에 제주의 맑은 공기까지 합세하니, 숨이 조금 차긴 해도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콧노래가 절로 났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 가까워진 모양. 주변에 나무가 사라지고 억새가 한들한들 손짓을 하기 시작한다.

 

 

 

 

 

 

 

 

 

오름의 여왕에게 반하다

 

 

  저 오름들 사이로 한라산이 웅장하게 보여야 하는데, 아쉽게도 옅은 안개가 끼어 상상 속의 산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리 긴 등산도 아니었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약 30분이면 충분히 오르는 거리지만,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다보니 40~50분 쯤 걸린 것 같다. 길이 꽤 가팔라서 오를 때 발목도 많이 꺾여 뒷다리도 당긴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에 오르니, 오름이 수고했다며 우리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한다.

 

 

'그래, 이것이 바로 오름의 매력이구나.'

 

 

안개가 살짝 껴서 한라산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름의 매력에 이미 흠뻑 취해 눈에 보이는 저 작은 오름 모두를 올라보고 싶다는 소망이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었다.

 

 

 

 

       

 

 

 

다랑쉬 오름은 깊게 팬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 둘레가 1.5km에 깊이는 110m로 백록담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 분화구에는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거신 설문대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쌓아 나르며 한 줌씩 뿌려 놓은 것이 오름이 되었는데, 다랑쉬오름은 쌓아 놓고 보니 너무 높아 혼자 도드라져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낮아지라고 주먹으로 한 대 퍽 친 것이 패여서 이렇게 깊은 분화구가 생겼다고 한다. 설문대할망은 꽤 터프한 신이었나 보다. ^^;

 

 

 

 

 

 

오름의 정상은 비탈을 타고 올라온 길의 끝이 아닌 거기서 북쪽 분화구 둘레를 타고 조금 더 걸어야 한다. 분화구 둘레를 한 바퀴 빙 돌아볼 수 있게 길이 나 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때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이번 여행도 사진 정리하느라 며칠 밤을 새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셔터는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돋오름과 그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비자림

 

   

  아래를 찬찬히 내려다보니 특이하게 생겨 눈에 띄었던 제주도의 묘지. 무덤주위를 현무암 돌담으로 둘러놓았다.

 

 

 

 

 

 

 

 

다랑쉬 오름에서 보내는 특별한 추석 달맞이

 

 

 

 

 

 

 

다랑쉬 오름은 굼부리(분화구의 제주도 방언)가 둥근 것이 달을 닮아 '달랑쉬 오름'이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민간 어원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쨌건 정말 분화구가 둥근 것만은 틀림없다. 한자 차용 표기로 지도에는 '월랑봉'이라 표시해 놓은 경우가 많은데, 순수 우리말로 '다랑쉬' 또는 '도랑쉬 오름'이 원래 이름이라고 한다.

 

언어학자들은 다랑쉬의 '다'는 높고 고귀하다는 뜻으로, 어원이 사실 달과 전혀 관계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어쨌든 요즘엔 추석에 다랑쉬 오름 아래서 달맞이 행사가 열린다. 제주도의 맛난 고기국수와 흑돼지 바베큐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니 추석 연휴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찾아볼 만하다.

 

 

 

 

  X자로 심어 놓은 삼나무가 인상적인 손지봉. 마치 보물을 묻어 놓은 곳의 위치를 표시해 놓은 것 같다.

 

 

 

 

 

 

그런데 손지봉 옆을 보니 땅 위에 뭔가 신기한 자국이 나 있다. 제주도에도 미스터리써클이 있나? 어찌 보면 비행기 활주로 같기도 한데, 잔디가 잔뜩 자라 비행기가 달리긴 무리인 듯하고, 이건 대체 뭘까?

나중에 들으니 이곳에 온천이 나와 송당온천관광지로 개발되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10년간 분쟁에 휘말려 결국 백지화된 듯하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그곳을 계획했던 업체에게는 미안하지만 안도의 숨이 나왔다. 다랑쉬 오름 주변은 온통 자연이 푸르르고 아름다운데, 여기에 떡하니 온천장과 관광호텔, 테마파크 따위가 들어서면 그 아름다움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냥 자연으로 남아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송이'라 불리는 분석이다.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는 2~4cm 크기의 작은 돌로 구멍이 많고, 산화된 철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색이 붉거나 검다고 한다. 오름 바닥을 자세히 보면 온통 이런 돌들로 가득하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오름이 워낙 가팔라 길을 지그재그로 내놓았는데, 매번 길이 꺾어지는 모퉁이마다 올라오던 사람들이 가쁜 숨을 고르며 서서 말했다. 

"거의 다 왔나봐. 이번 길만 꺾어지면 정상인 것 같아."

우리도 올라오며 매 포인트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역시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아직 절반도 못 올라왔다는 불편한 진실. ^^; 그래도 그 희망으로 더욱 힘을 낼 수 있기에 우리는 구태여 오지랖을 발휘해 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다음 길모퉁이에 서서 그들은 또 말하겠지. 

 

"이번이 마지막 고개인 것 같아. 조금만 더 힘내!"

 

이번 오름행으로 우리는 새롭게 제주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져들었다. 사실 매번 올 때마다 북적이고, 관광지 냄새 퐁퐁 나는 제주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게다가 날씨까지 좋은 적이 없어 제주에 대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서야 새롭게 그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도 한참이나 뒤늦게 제주에 살고 싶어라 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살그머니 동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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