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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향토음식, 여수 십미(十味)를 맛보다

게미있는 남도음식, 전남 여수 맛기행
등록날짜 [ 2015년12월04일 13시20분 ]

 
 
 
 
남도의 향토음식
여수 십미(十味)를 맛보다
 
 
 
 
 
▶ 여수 10 味 '서대회무침'에 들어가는 '서대'는 혀를 닮아 한자로 설어(舌魚)다

 

 

 

하루걸러 한두 번은 잦은 늦 장마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겨울을 예감하게 하는 스산한 날들이 이어졌다. 한낮의 햇살은 비교적 따스하다해도 출퇴근길에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숨을 내쉬면 이젠 입김이 나온다. 차가운 바람 몇 번에 고운 단풍과 아름다운 벽화 같던 담쟁이 잎들도 보이질 않는다. Fall, 秋, あき 등 달마다 따로 의미 있는 이름을 붙이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달랑 숫자만을 붙여놓아 나 같은 사람에게 매월 그달의 이름을 지어보게 한다.

 

내게 요즘의 11월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달'로 명명할 만큼 하루가 다르게 늦가을의 풍경이 겨울로 바뀌어 간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가리켜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이라고 했단다. 그 옛날 머나먼 아메리카 땅에서도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오며 느끼는 우울함과 스산함은 마찬가지였나 보다.

 

이런 날 문득 떠오른 곳이 있다. 아름답고 수려한 바다에 둘러싸인 도시 전라남도 '여수(麗水)'. 연평균 기온이 14.7도로 포근해 한 겨울에도 바닷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동네다. 추운 겨울에도 훈훈하게 여행하기 좋은 몇 안 되는 곳. 게다가 돌게장, 갓김치, 서대회무침, 군평서니구이, 갯장어회 등 입맛 돋우는 맛깔나는 음식 '여수 십미(十味)'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요즘 같이 쌀쌀하고 허허로운 날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지 싶다.

 

 

 

 
여수까지 즐거운 여정을 만들어 준 남도 해양열차(S-train)

 

 

 

 


 

 

 

자전거 빌려 타고 여수 여행

 

 

서울에서 여수까지는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꽤 먼 여행이지만, 재미있는 남도 해양열차(S-train) 덕분에 덜 지루하게 갔다. KTX 특실에나 있는 좌석 내 충전 콘센트가 있는가 하면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자전거 거치대 전용칸이 있는 열차다. 서울-대전-전주-남원-순천을 거쳐 여수를 오가며 지금은 사라진 경전선 기차의 코스인 부산-진주-하동-벌교-보성 사이를 다니는 기차(서울-여수 기준 3만9300원). 'S'는 바다의 영문인 'Sea'의 약자로, 곡선 모양의 경전선과 리아스식 해안인 구불구불한 남해안 모양을 형상화했단다.

 

여수여행에 어울리는 이 기차에서 더 놀라운 건 기차 카페 칸에 있는 만화방! 창가에 앉아 만화책을 넘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순천역까지 갔다. 만화책은 주전부리를 먹으며 책장을 넘기는 맛이 제일인 법. 카페 칸에서 파는 과자를 종류별로 먹으며 만화책을 보느라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갔다. 일부 여성 승무원들은 옛날 교복 같은 무채색 유니폼을 입고 있어 한결 친근하다.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즐거운 여정을 선사하는, 자꾸만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하는 기차다.

 

실물 크기로 만들었다는 거북선 배가 맞아주는 여수역 앞. 여수의 맛과 여행지를 문의하러 역 앞 관광안내센터에 갔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서대회무침’을 꼭 먹어보라 추천했다.

 

“여수에 왔으면 우선 서대회를 먹어야 해요. 아니, 여수에 와서 이걸 안 먹으면 왔다고 하지 말라니까?”

 

여수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서대회'라 할 정도로 서대회 요리는 여수에서 흔한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에서 어지간한 솜씨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고. 서대회무침 식당이 많이 모여있는 여수 연안 여객선 터미널 앞 여수수산시장과 건너편의 교동시장을 알려 주셨다.

 

 

 

자전거 타고 도심 여행하기 좋은 여수시

 

 

동네 아주머니같이 친근한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여수 도심을 여행할 수 있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알게 됐다. 여수역 앞과 터미널, 오동도, 해양공원 등 주요 여행지에서 대여·반납을 할 수 있다. 무인대여시스템으로 2시간에 천 원인데, 2시간 이내에 반납 후 다시 대여하면 추가 비용이 없다. 반납과 대여는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어 저렴한 비용에 재미있는 여수 도심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물산이 풍부한 도시라 그런지 여수엔 전통 재래시장들이 참 많다. 중앙선어시장,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여수수산시장, 교동시장, 서시장 같은 시장들이 해양공원이 있는 부두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게다가 서시장에서는 여수에서 유일하게 5일마다 주민들로 시끌시끌한 오일장이 열린다고 하니 매월 4일과 9일 여수를 찾는다면 더욱 좋겠다.

 

여수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거대한 엑스포 공원을 지나 바닷가 해양공원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남쪽을 향해 자리 잡은 해양공원은 둥글고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마사지해 주어 ‘잘왔구나!’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다. 여유롭게 바닷가를 산책하는 주민들, 낚시대를 바다로 드리우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한껏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여수 해양공원에서 낚인 은빛으로 빛나는 학꽁치
 
해가 저물수록 운치가 살아나는 여수 해양공원

 

 

어떤 물고기를 잡았나 궁금해 낚시꾼 아저씨들 곁으로 가보니 낚시통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학꽁치들이 가득했다. 이맘 때 남해안에서 잡힌다는 학꽁치는 정말 주둥이가 학처럼 길쭉하다. 배를 타고 멀리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학꽁치 낚시를 할 수 있다니 여수가 더 좋아졌다. 여수 해양공원은 명소가 된 고소동 벽화마을도 있어 여수 시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여행지다. 그래서인지 해양공원엔 무인자전거대여소가 2곳이나 있다.

 

 

 

 

 

부둣가를 따라 이어진

여수 시장들

 

 

여수 여행에서 시장 구경을 빼놓으면 서운하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근처에 여수교동시장, 여수수산시장, 수산물특화시장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교동 시장통을 지나면 서시장까지 이어진다. 좌판 위주인 교동시장은 이른 새벽에 시작해 점심시간쯤 되면 한산해지니 오전에 찾는 게 좋다. 수산시장과 수산물특화시장에는 구입한 해산물을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삼치 선어회, 붕장어 구이도 유명하지만, 돌게장이나 서대회무침, 군평서니구이 같은 여수 ‘십미’에 나오는 해산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여수에서는 게장을 ‘돌게’로 담근다. 돌게는 꽃게보다 작고 껍데기가 단단하며, 오래 두지 않고 신선할 때 먹는다. 봉산동에는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내는 식당들이 모여있다. 서너 개의 시장이 모여 있다 보니 방송도 자주 탄단다. 이날은 이웃 서시장의 오일장까지 있어서인지 교동 시장통 한가운데서 KBS ‘6시 내 고향’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가씨가 아닌 시장 중장년의 아주머니들로 이뤄진 ‘교동시장 동백 아가씨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가만히 따라 부르며 좋아했던 어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아릿하기도 했다.

 

 

교동시장과 이웃한 수산시장의 풍성한 해산물들
 
교동시장 동백 아가씨 합창단

 

 

해양 케이블카, 돌산대교, 돌산공원, 해양공원 등 여수 밤바다의 주인공들이 많이 있지만, 교동시장 포장마차촌도 빠질 수 없다. 늦은 밤, 여수 밤바다 야경을 감상하다 출출한 속을 달래고 싶다면 교동시장 포장마차 거리에 가면 된다. 해가 지고 좌판이 사라지면 연등천을 따라 거짓말처럼 포장마차들이 늘어선다. 메뉴 가운데 해물 삼합(낙지, 키조개 관자, 새조개, 오징어, 꼼장어 등을 계절에 따라 조합)이 눈에 띄었다. 홍어 삼합이나 장흥의 한우 삼합처럼 여수만의 독특한 조합인 해물 삼합은 저녁녘 여수 교동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서너 명이 3만 원이면 여수 삼합 한판을 족히 먹을 수 있단다. 동행자 없이 홀로 여행하는 여행자는 입맛을 다시며 그저 구경만 해야 했다. 충분히 가열된 돌판에 돼지고기, 묵은김치, 해물을 올려 익힌 후, 다양한 쌈 채소에 싸서 먹는데 삼합의 절묘한 맛이 가히 일품이라며 손님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어느 곳을 가도 물 좋은 해산물이 지천인 여수가 맞구나 싶었다. 포장마차라는 소담하고 푸근한 분위기와 함께하는 해물 삼합은 다시 한 번 여수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했다.

 

이 밖에 서대회에서 작은 돔의 일종인 군평서니(혹은 금풍생이)라는 이채로운 이름의 생선구이까지 다양한 안줏거리를 맛볼 수 있다. 군평서니 구이는 여수 십미 가운데 하나다. 포장마차엔 '금풍생이'라 쓰여있는 이 물고기의 이름이 독특해 그 연유를 물어보니 다들 그냥 생선 때깔이 금빛색이라 그렇다고만 했다. 그러다 저녁에 하룻밤 묵은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가 유래를 알려 주셨다.

 

 

해질녘엔 포장마차촌으로 변신하는 교동시장

 

여수 십미 중 하나인 '군평서니 구이'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임진왜란 때, 전라 좌수사로 여수에 진지를 친 이순신 장군이 이 물고기구이를 먹고 그 담백한 맛에 반해 주민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당시까지는 달리 이 물고기에 대한 이름이 없었다. 그러자 이순신 장군이 ‘구운 평선이’ 같다고 했단다. 평선이는 당시 여수에서 재색을 겸비한 이름난 관기였다고 한다. 그게 여수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군평서니’가 됐다고 한다. 사람을 맛있는 음식에 비교한 것은 좀 그렇지만 16세기적 옛날엔 그럴 만도 했겠구나 싶다.

 

교동 시장통을 지나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서시장(여수시 교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나온다. 새롭다고 느낀 것은 수산물, 해산물이 많았던 시장에서 이젠 전형적인 내륙 시장이 되어서다. 채소, 고기, 과일, 방앗간, 떡집, 분식점, 옷 가게 등이 미로처럼 모여 있는 아주 큰 시장이다. 구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여수 사람들의 질펀한 사투리와 정겨우면서도 치열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흙이 좋은 고장 고창에서 만들었다는 옹기를 파는 아저씨의 얼굴선이 어찌나 항아리를 그대로 닮았는지 얘기를 나누며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오일장이 선다지만, 오일장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장터가 크고 골목도 많아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형마트와 SSM에 밀려 점점 작아지고 있는 우리 동네 시장이 떠올라 부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여수 시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서시장
 

오일장이 열리는 서시장의 명물, 밤 튀기는 쇠통

 

 

겨울 김장철이라 시장통 안 방앗간들이 더욱 북적였다. 가을 햇볕에 말린 고추를 빻는 기계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쇠로 된 몸체가 발갛게 물들었다. 매콤한 고추 냄새로 가득한 방앗간 한쪽에 앉아 고춧가루를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는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사투리 듣는 재미도 색다르다. 특히 늦가을 수확한 주홍빛의 주먹만 한 감, 팽이 모양의 수많은 감이 시장통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숙소에서 혹은 식당에서 간식으로 먹으려고 2천 원어치만 샀는데도 비닐봉지가 감으로 터지도록 찼다.

 

흡사 모세혈관 같은 좁고 복잡한 골목이 많아 길을 잃기도 했지만, 상인들에게 물어보며 골목을 헤매는 즐거움은 여행자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되기도 한다. 매월 4일, 9일 열리는 오일장까지 겹쳐 도로 옆 인도에도 노점에 둘러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수 시민들이 다 나온 건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오일장 날 어느 장터나 볼 수 있는 뻥튀기 장수 아저씨도 마주쳤다. 그런데 뻥튀기용 쇠통에서 나온 건 콩이나 옥수수 같은 곡식이 아니라 굵직한 밤이었다. 재밌게도 뻥튀기가 아닌 밤을 통째로 굽는 아저씨였다. 시식하라고 내놓은 밤 맛은 정말 고소하고 구이음식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까지 났다. 한 봉지 안 살 수가 없었다. 구운 밤 맛에 놀란 내 표정이 재미있었는지 아저씨는 밤을 한 움큼 더 쥐여 주셨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이나 숙소에서 주변인들에게 밤을 몇 개 건네주었는데 다들 맛있다며 좋아했다.

 

 

잘 숙성시킨 후 회무침으로 즐겨먹는 물고기 서대

 

 

 

 

 

 

막걸리 식초로 무친

새콤달콤 서대회무침

 

 

교동시장과 여수수산시장 사이에 서대회무침, 장어탕, 갈치조림, 아구찜, 게장백반 등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많다. 그러다 어느 시장 상인으로부터 서대회무침만 2대째 하는 오래된 식당을 알게 됐다. 교동시장에서 꽤 가까운 곳에 있는 이름도 특이한 ‘개도집’(여수시 남산동). 알고 보니 개도는 여수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섬이란다.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장 아주머니와 서대회무침을 시작한 친정어머니의 고향이란다.

 

'서대'라는 물고기는 가자미목에 속한 생선으로, 납작한 생김새가 특징이다. 옛 문헌에 따르면 '혓바닥 모양처럼 생겨서 한자어로는 설어(舌魚)로 쓰였고, 우리말로는 '셔대' 또는 '서대'라 하였다. 가자미랑 비슷하게 생겼으나 가자미보다 얇고 길며,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생선이다. 서대가 가장 맛있을 때는 6월에서 10월, 여름에서 가을까지라고 한다. 이 물고기는 잡히자마자 죽어 회무침 위주로 먹게 되었다고. 어선에서 냉동 살균한 서대를 냉장실에서 하룻밤 해동한다. 숙성 과정에서 살이 단단해진 서대를 길게 썰어 1년 이상 발효한 막걸리 식초와 고추장, 갖은 양념에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다. (가격은 1인분에 1만 원)

싱싱한 서대의 껍질을 벗겨내고, 어슷하게 썰어 막걸리 식초에 초벌을 하고, 상추와 오이, 양파, 청양고추, 홍고추 등을 넣는다. 큼직한 양푼에 밥과 회무침을 넣고 참기름을 둘러 쓱쓱 비벼 한 입 먹으면 감탄이 신음처럼 새어 나온다. 처음엔 새콤달콤한 맛이 나고 이어 매콤하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따라오는데 별미가 따로 없다. 잘 삭히고 절여 입맛을 돋우는 곰삭은 맛, 이런 맛을 전라도에선 ‘게미(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 있다고 표현한다.

 

 

여수 십미 중 제일 감칠맛이 난다는 서대회무침

 


 

 

 

게미있는 맛의 이유는 아마 무침 양념에 들어간 막걸리 식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막걸리 식초는 고들고들한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함께 으깨 섞은 다음, 물을 자박자박하게 해놓으면 발효되면서 뽀글뽀글 올라온다. 이때 막걸리를 조금씩 부어 만든 것이다. 여수에는 여수 막걸리나 개도 막걸리 같은 유명 막걸리가 많다. 이 막걸리 식초는 육질을 쫄깃하게 해주고 회무침을 부드럽고 맛깔스럽게 해주는 기본재료요 맛의 비법이다. 식초는 술을 발효시킨 다음 만드는 게 전통 방법이며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다음 날, 숙소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숙소 주인아주머니의 추천을 따라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봉산동에 갔다. 여수 십미 가운데 하나인 돌게장 거리가 있는 봉산동엔 정말 골목골목에 게장식당들이 많다. 여수에서는 꽃게 대신 민물게(참게)를 닮은 작은 돌게(표준어는 민꽃게)로 게장을 담근다. 여수 사람들은 '반장게'라고 부른다. 한손 안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인데, 집게발이 유독 크다. 짙은 색의 껍질이 돌처럼 딱딱해서 혹은 돌 밑에 살아서 '돌게'라고 부른단다. 돌게는 꽃게보다 작은 대신 살이 단단하여 짭짤하고 담백한 간장게장 감으로 그만이란다.

 

꽃게가 아닌 돌게로 장을 담그는 건 값이 싸고 물량도 많기 때문이다. 식당 대부분이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꽃게탕을 내고 있다. 일부러 식사시간을 피해서 갔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줄을 서서 겨우 내 차례가 되었지만, 아쉽게도 게장백반은 2인 상이 기본이란다. 혼자 여행을 할 땐 종종 겪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나오는데, 내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을까? 카운터에 있던 아주머니가 들어오란다.

 

 

 

꽃게보다 작지만 살이 찰지고 쫀득하다는 돌게
 

게장을 한 번 더 먹을 수 있는 봉산동 게장 거리

 

갖은 채소를 듬뿍 넣어 정성스레 끓인 간장 게장을 먹었다. 전혀 비리지도 않고 짭조름한 맛에 돌게 속살은 달짝지근하기까지 했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깊은 맛의 '밥 도둑'이란 표현이 딱 걸맞은 듯했다. 한 상에 8천 원인 게장백반은 숙박 집 아주머니의 호언대로였다. 더군다나 게장의 양이 부족한 이를 위해 한 번 더 준다. 또한, 게장과 함께 밑반찬으로 갓김치, 멍게 젓갈, 양념꼬막, 게 육수로 맛을 낸 된장찌개 등 여수의 특산물이 포함된 푸짐한 백반이 더욱 입맛을 사로잡았다. 저렴하고, 양 많고, 맛 좋은 서민 맛집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봉산동에선 돌게장에 여수 ‘십미’이기도 한 돌산 갓으로 담근 독특한 향미의 김치를 같이 맛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갓김치는 갓에 일정량의 파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멸치액젓과 생새우를 함께 갈아 만든 양념을 섞어 버무린 후 숙성한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문 여수 돌산에서 남해의 해풍과 함께 키워 낸 돌산 갓은 크기와는 달리 섬유질이 부드럽고 아삭거리는 식감이 뛰어나 그 색다른 맛이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생각해보니 돌게, 돌김, 돌솥밥 등 '돌'자가 들어간 음식이 특별히 맛있다는 점이 재밌다.

 

 

'오 마이 갓!!'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는 갓김치

 

 

백반에 나온 뜨뜻한 흰 쌀밥에 갓김치 한 줄기를 얹어 먹으니 입속에서 별천지가 펼쳐졌다. 요즘 흔히 쓰는 감탄사 ‘오 마이 갓’은 실은 갓김치에 잘 맞지 않나 싶었다. 갓 특유의 톡 쏘는 향취와 젓갈의 짭짤함이 삭아 입맛을 돋우기에 한번 맛본 사람들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깊은 맛이 있다. 식사시간이 아닌데도 식당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가 있었다. 인심 좋고 푸짐하다고밖에 표현이 안되는 게장백반을 먹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예 포장된 게장 박스, 돌산 갓김치 박스를 사들고서야 식당을 나서고 있었다.

 

여수엔 맛집들이 많다 보니 인터넷 블로그마다 맛집 정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정보만 믿고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름만 널리 알려져 있지 맛이나 상차림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실망감을 안겨주는 곳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맛집 정보는 어떻게 찾으면 될까? 이번 여수 십미(十味)여행에서 느꼈지만, 가장 손쉽고 좋은 방법은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택시기사나 관공서 직원, 순찰차의 경찰관 아저씨, 관광지 매표소 직원 등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하는 사람들이 좋겠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그 음식에 관련된 역사와 인터넷엔 나오지 않는 귀한 이야기까지 들려주신다.

 

  

ㅇ 여수시 관광정보 : www.ystour.kr

ㅇ 여수시청 관광과 : (061)659-3871

 

 

김종성 작가 http://sunnyk21.blog.me  

 

 

전라남도>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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