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메인홈 > 지역여행 > 수도권 > 경기
서울
경기
인천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글확대 글축소 스토리스크랩 스토리공유 프린트하기

진한 사연 간직한 매향리 마을

염전, 방조제 둑길 찾아 떠난 자전거 여행
등록날짜 [ 2016년01월15일 11시20분 ]
 
 
 
 
진한 사연 간직한 매향리 마을
 
 

살풍경의 방조제길, 자전거 여행자를 위무해주었던 새들의 군무 / 이하 김종성
 
 
우리나라 서해안에는 유난히 바다를 막아 땅을 넓힌 방조제들이 많다. 가뜩이나 좁은 땅에 분단의 아픔까지 겪다 보니 크고 넓은 땅에 대한 열등감이 깊숙이 심어져 있어 그런가 싶은 풍경들. 전라도의 거대한 새만큼방조제부터 경기도의 시화방조제까지 크고 작은 방조제들이 바다를 막고 땅을 넓히면서 한반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그중 화옹방조제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와 우정읍 매향리 사이의 바다를 막아 건립한 방조제다. 약 10km 거리의 이 방조제길에는 갈매기들이 많이 찾아오는 정겨운 항구 '궁평항'도 있고, 미군의 폭격 사격장으로 쓰였던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매향리 '농섬'도 있다. 유유히 창공을 홀로 비행하는 갈매기를 친구 삼아 짭조름한 소금기가 배여 있는 바닷바람을 마시며 애마 자전거를 타고 화성방조제길을 달려가 보았다.
 
운 좋게도 <자전거 여행1, 2>로 자전거 여행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김훈 작가와 함께 라이딩을 하게 됐다. 그는 빨간 목장갑을 끼고 아무 데나 주저앉는 걸 좋아하는 소탈한 사람이었다. 세대 간 소통이 힘든 시대, 자전거가 있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달릴 수 있었다.
 
 
피난민들의 피와 땀이 배인 소금밭
 
화성시 서신 버스터미널에서 서해로 향하는 길에는 '공생염전'이 있다. 이 염전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화성시에 정착한 후 바다를 막아 만든 곳이다. 공평하게 소금 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공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초로의 염부 아저씨에게서 생생한 염전 이야기를 들었다.
 
피난민들이 구호물자로 연명하며 등짐으로 돌과 흙을 퍼 날라 만든 염전. 아저씨는 "철의 삼각지에서 이주한 피난민 55세대가 함께 등짐을 퍼 날라 공생염전을 만들었다.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드는 공정은 시간을 기다리는 고된 노동"이라고 설명했다.
 

 


염부 아저씨가 들려주었던 공생염전 이야기
 

염부 아저씨 이야기에 경청하는 작가 김훈 아저씨
 
 
소금밭 위로 생성되는 작은 소금 알갱이들은 마치 물고기들의 알 같다. 그러고 보니 소금밭 바닥이 다른 염전에서 보았던 까만 장판이 아니다. 갯벌에 옹기조각을 하나하나 박은 후, 그 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옹기판염 방식'이라고 한다. 옹기판염은 장판 염전에 비해 노동력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생산량도 2/3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갯벌이 살아 숨 쉬게 하고 불순물을 걸러내 더욱 친환경적인 소금을 만들 수 있다. 공생염전이 옹기판염을 고집하는 이유다.
 
햇볕과 바람 그리고 바닷물. 자연의 삼합이 빚어낸 소금이 생겨날 때, 소금꽃이 필 때 염부들은 '소금이 온다'고 한다. 소금이 귀한 손님처럼 느껴지는 표현이다.
 
 
- 천일염 만드는 과정
먼저 염도 2도의 바닷물을 끌어 올린 다음 단계별로 증발시킨다. 염도 27도 이상이 되면 물에 뜨는 소금꽃이 피며, 결정이 맺히기 시작한다. 소금이 완성되면 바닥에 가라앉는다. 이 소금을 창고에 쌓아놓고 약 1년간 간수를 빼면 염도 84~86도에 이르는 천일염이 탄생한다.



바닥에 장판이 아닌 옹기가 깔린 공생염전
 

갯벌의 산삼이라 불리는 퉁퉁마디 '함초'
 
염전에선 소금 외에 '함초'라는 식물을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바닷물이 잘 들고 땅이 잘 둗는 갯벌 지역에 자생하는 귀한 식물인 함초. 함초는 그 생김새에 따라 '퉁퉁마디'라고도 부른다. 보통 식물은 살 수 없는 곳에서 사는 식물이라 그런지 함초는 갯벌의 산삼, 신비의 약초로 알려져 있다.
 
길가엔 텃밭을 기르는 단층의 집들이 많아 시골길을 달리듯 풋풋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한가롭던 지방도로가 갑자기 차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갈매기도,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는 궁평항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큰 규모의 궁평항에는 수산물 직판장과 해산물 식당, 공원, 주차장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주말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도 찾아왔다. 그래서 지도에는 궁평항보다는 궁평 유원지라고 표기되어 있다.
 
'피싱 피어'라고 하는 바다 위로 길게 나 있는 나무데크로 만든 수상 낚시터도 이채롭다. 낚시꾼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갈매기를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이 피싱 피어에 몰려 있다. 끼룩끼룩 저희끼리 수다를 떨며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들을 보니 바닷가에 온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난다.
 
 
 
 
바닷길과 호수길을 오고 가는
화옹방조제길
 
궁평항 바로 옆으로는 10Km의 직선 둑길인 화옹방조제가 연결되어 있다. 화성과 옹진(대부도)을 잇는 방조제로, 육지 깊숙이 펼쳐진 남양만 갯벌을 간척하기 위해 생겨난 둑이다. 2007년 4차선 도로가 개통됐으며 차도 양쪽 끝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 자전거 도로를 자랑스레 홍보하는 4대강 개발 사업을 보자니 친환경 이동 수단인 자전거가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는 국가사업에 이용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자전거 애호가로서 씁쓸하기만 한 일이다. 화성시 또한 여행 책자를 통해 이 방조제를 추천 자전거길로 홍보하고 있었다.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서해안의 '만(물굽이 灣)'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들쑥날쑥한 모양으로 서해안의 상징이었던 리아스식 해안은 마치 다림질을 하듯 착착 펴져 점점 직선화되고 있다. 웬만한 만은 다 육지로 변해 지명마저 사라져 버렸다.

 


바다를 가른 놀라운 인공의 장관. 그러나 경탄은 나오지 않는 방조제길

 

 

2002년 3월 화성호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후, 내부 간석지는 육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풍요로웠던 갯벌은 죽음의 폭풍을 맞았다. 갯벌의 파괴 과정은 갯벌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기대어 살아온 어민들, 온갖 생명들과 생태계, 문화와 경관이 사라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화방조제와 닮은 약 10km의 직선으로 펼쳐진 둑. 한쪽은 바다, 다른 한쪽은 물길을 막아 육지로 변하고 있는 화성호다. 놀라운 인공의 장관 앞에서 인간의 능력에 대한 경탄이 들지는 않았다. 인간은 문경을 건설해야 하는데 우린 방조제나 쌓고 있구나 싶었다. 

 

빈 군 초소와 차도를 쌩쌩 지나가는 자동차 외엔 아무것도 없는 황당 그렁한 직선의 둑길을 말없이 달렸다.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차량 외엔 언덕도 없고 사람도 없어 그야말로 무념무상에 빠져 달릴 수 있는 라이딩 코스다. 바다를 향한 쪽엔 DMZ에서나 봤던 철책까지 쳐져 있어 살풍경을 더한다. 철조망 너머 바다 위로 새들이 위문공연이라도 하듯 정어리떼처럼 군무를 펼치며 쓸쓸한 풍경 속을 달리는 자전거 라이더를 위무했다.
 
경사진 언덕길도 아닌데 기어를 점점 1단 쪽으로 내렸다. 저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맞바람 때문으로, 바람이 어찌나 자전거를 세게 껴안는지 평지에서 1단으로 겨우겨우 나아갔다. 하긴, 이 방조제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이니 바닷가의 바람과는 그 풍모가 다를 만하다.
 
 

54년 간의 폭탄투하로 삐뚜름하게 떠있는 매향리 '농섬'
 


 
아름다운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슬픈 마을
매향리
 
 
화옹방조제에서 매향리 마을이 가까워질 즈음, 바다 위 작은 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무려 54년간이나 미군 전투기들의 기총사격과 포탄 폭격훈련장으로 쓰이며 '쿠니사격장'이라고 불렸던 '농섬'이다. 삐뚜름하게 생긴 농섬 하나가 섬이 아닌 듯 비현실적으로 바다 위에 떠 있다. 수십 년간 미군의 폭격 연습으로 이미 섬의 3분의 2가 사라졌다고. 수풀이 짙게 우거져 예부터 그리 불렸다는 농섬은 섬 전체가 미 공군 전폭기들의 연습 표적지였다.
 
미군의 폭격연습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51년. 전쟁이 끝나고 3년 뒤인 1954년에는 주한미군의 정식 국제 폭격장으로 자리 잡고, 폭격이 중단된 2005년 8월까지 54년에 걸쳐 포탄 세례가 이어졌다. 1987년 군사정권이 물러난 후에도 사람들이 사는 마을 앞에서 이런 일을 지속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민매향리 훈련장에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미군 전투기 수십 대가 매일같이 폭탄 투하와 기총 사격을 해왔다고 한다. 멀리 오키나와나 필리핀의 미군 비행기들까지 훈련을 왔다고 하니, 6.25전쟁 이후로도 이곳은 끊이지 않고 전쟁 중이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05년 매향리 사격장 반환 또한 한국 정부나 미군에 의해 실행된 게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988년부터 18년간 끈질기게 투쟁을 벌인 결과 세계적으로 드물게 미군 사격장 폐쇄를 이끌어낸 것이다.



매향리 마을에 자리한 매향리 역사 기념관
 
 
썰물 때면 농섬까지 바닷길이 생기는 바닷가 어촌 마을 매향리(梅香里,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는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폭음과 포성만으로 가득했다. 공군에서 군 생활을 한 내게도 도대체 적응이 되지 않았던 전투기들의 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소음. 가축들이 병에 걸리고 임신한 소가 유산을 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겪었을 고초가 어땠을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숱한 주민들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일이 2005년까지 벌어졌다니 믿기지 않았다. 연일 계속됐던 전투기들의 폭격훈련은 매향리 사람들의 인성을 철저히 파괴했다.
 
"화성 경찰서에서 매향리가 군내에서 폭력사건이 제일 많다고 그럽디다. 왜 그렇겠소? 지랄하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으니 머리가 돌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니 허구한 날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매향리에서 이장을 했다는 주민 아저씨의 말이다. 아저씨는 "그때는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려면 전투기 소음 때문에 소리를 질러야 할 판이었으니 다들 성격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다"며 소음에 시달렸던 마을 주민들의 과거 고충을 토로했다.
 
"명절 땐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미군들이야 설이나 추석을 따집니까? 오랜만에 일가가 모였는데 하루종일 폭격 소리만 듣다 헤어집니다. 가축들도 소음 공해에 새끼를 못 배는 바람에 낙농이나 양계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매향리 갯벌에 찾아온 저 새들처럼 마을이 다시 살아나길
 

매향리 농섬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었던 미군부대 앞에서
 
 

동네의 주민대책위원회였던 건물에 매향리 역사기념관이 지어지고 있었다. 섬과 주변에서 굴 캐듯 가져온 폭탄들도 전시되어 있다. 거대한 폭탄이 무슨 예술 작품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작은 폭탄들은 아직도 섬 주변에서 계속 나와 마당에 높이 쌓이고 있었다.

 

수십 년간이나 폭격에 무너지고 파헤쳐진 농섬의 기이한 생김새는 보면 볼수록 상처받은 주민들의 모습 같아 마음이 아팠다. 저 섬과 동네의 아픔이 언제 아물고 제 모습을 찾을지, 이 땅에 언제나 평화와 통일이 꽃 필지 알 길이 없는 막막한 평화만이 매향리를 감싸고 있었다.

 

동행했던 김훈 작가는 "매향리 사람들은 전쟁용 살상무기인 포탄으로 물지게를 만들고 등잔을 만들었다. 또 낙하산 피복을 뜯어 홑이불과 옷을 지어 입었다"며 "전쟁의 혹독함을 그들은 묵묵히 일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포격의 피해를 딛고 평화를 갈구하며 새로운 희망을 잉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삶을 영속해나갈 것이고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새로운 교훈을 준다"고 전했다.

 

매향리는 예부터 ‘고온리(古溫里)’라고 불릴 정도로 따뜻한 물과 어장이 풍족했던 마을이었다. 밴댕이, 빙어, 준치, 농어, 삼치, 조기, 놀래미, 낙지, 바지락, 모시조개 …. 씨 뿌릴 비옥한 토지는 없었지만, 물이 차면 고기를 잡고 물이 빠지면 망대기를 들고 나가 조개만 채취해도 큰 어려움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미군들의 폭격훈련이 멈춘 지 10년. 이젠 전투기 대신 새들이 갯벌 위를 노닐고 있었다. 다음번 매향리 여행 땐 황금어장이라 불렸던 매향리 포구의 활기 넘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김종성 작가
경기도>화성시
김종성>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ID 내용 공감하기
- 작성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키
 51577949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글확대 글축소 스토리스크랩 스토리공유 프린트하기
모세의 기적 찾아 제부도에서 영흥도까지 (2016-05-31 16:21:07)
꼭 가볼만 한 팔당호 주변 볼거리 (2016-01-13 10:5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