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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길로 떠난 자전거 여행

충남 태안 솔모랫길
등록날짜 [ 2016년01월20일 09시59분 ]

 

 

 

 

태안 해변길로 떠난 자전거 여행

 

 

 

사색하기 좋은 겨울바다, 태안의 해변길 / 이하 김종성 
 
 
부지런히 걸어온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해를 계획하게 되는 요즘은 부쩍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게 된다. 수많은 고요한 해변과 바닷가 솔숲길 그리고 소담한 포구와 황홀한 노을이 있는 태안반도는 그런 여행에 제격이지 싶다. 시름과 번민을  찬 바다에 내던지고 한결 개운해진 마음으로 일상에 돌아올 수 있는 곳. 어느 계절에 가도 좋은 태안(泰安)은 그 이름처럼 큰 편안함이 있는 곳이다.
 
태안군은 북쪽 이원면에서 남쪽 고남면까지 세로로 길쭉한 반도로, 학암포에서 영목항까지 약 230km에 걸쳐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이 펼쳐진다. 이 해안가에 지난 2011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조성한 해변길은 100km로 총 8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그 주변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이며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이어져 피서지로도 큰 인기다.
 
반도의 모든 풍경이 담긴 해변길 주변에는 수려한 풍경으로 이름난 곳도 많다. 누구에게나 귀한 보물처럼 오랜 시간 꼭꼭 숨겨두고픈 장소가 있기 마련. 그러다보니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의 정취가 살아있는 출사여행지이기도 하다.  
 
2001년에 서해안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뻗은 뒤로 서해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서울에서 내달리면 2시간 남짓한 거리. 차로 2시간 움직여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이럴 땐 땅덩이가 반드시 커야만 좋은 건 아니구나 싶다. 서울 남부버스터미널에서 태안군이나 안면도 안면읍까지 대중교통편도 자주 오가니 참 편리하다. 고속버스를 타고 태안 남면 정류장에서 내린다. 이곳에는 태안의 수많은 해변길 가운데 '솔모랫길'이 시작되는 몽산포해변이 있다.
 

곰솔림이 병풍처럼 둘러선 몽산포해변, '솔모랫길'의 들머리이다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몽산포해변
 
 
매달 구독하는 자전거 잡지를 읽다가 여행란에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달리는 여행기가 있어 눈에 띄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 서해 모래사장 위에서 라이딩을 하다니 호기심이 불끈 솟았다. 그냥 걸어도 발자국이 움푹 패는 푹신한 모래 해변 위를 어떻게 자전거로 달려 지나갔을까? 충남 태안의 몽산포해변에서 남쪽 청산포해변을 지나는 바닷가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단다.
 
다른 해변과는 달리 모래사장이 단단해 자전거 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데, 여행기 속 글쓴이의 자전거가 한눈에 봐도 포스가 느껴지는 MTB였다.
 
'에이, 그러면 그렇지.'
 
내 애마 자전거는 MTB가 아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잡지사에 이메일로 문의해보니 일반 자전거로도 달릴 수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한여름엔 날씨가 너무 덥고 햇살이 뜨거우니 지금이 더 좋을 거라는 친절한 조언과 함께. 햇살이 오히려 반가운 요즘, 얼굴에 햇볕 마사지를 받으며, 바닷바람을 마시며 신나게 해변을 달리기로 한다.
 
몽산포는 충청남도 태안군의 남면 몽산리에 있는 포구이다. 몽산리(夢山里)의 이름을 딴 이 이름은 1914년 몽대리(夢垈里)와 동산리(東山里)에서 한 글자씩 따 명명된 것이다. 이곳에 있는 몽산포해수욕장은 1978년 태안 해안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었는데 몽산리, 달산리, 원청리 등에 걸쳐 있으며 해수욕장으로써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수욕장 뒤편에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예부터 해풍을 막기 위해 심어 놓은 소나무들로 몽산포해변은 태안 해변길 가운데 하나인 '솔모랫길'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모랫바닥이 단단해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몽산포 해변

 

 
 
2011년 태안 해변길 중 가장 먼저 생겨난 솔모랫길은 몽산포에서 드르니항까지 이르는 약 13km의 길이다. 바다, 해안사구, 곰솔림, 사구 습지 등 다양한 생태계와 별주부마을, 염전, 공룡 박물관 등 이채로운 바닷가 마을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서해안의 매력이 듬뿍 담긴 길이다. 겨울 바다는 마냥 황량하고 쓸쓸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막상 이 길을 거닐면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해풍을 막아주는 소나무들이 있는 바닷가 곰솔숲길의 청량하고 고요한 분위기는 이 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꿈 '몽'에 뫼 '산'을 쓰는 이름 때문인지 아득하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해변. 해수욕장은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아늑해 여느 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바닷가 뒤에 병풍처럼 둘러선 송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모래도 곱고 깨끗하다. 자전거 바퀴를 통해 발바닥에 휘감기는 느낌은 한없이 부드럽다. 해안의 경사도 완만하며 게다가 잔잔한 파도와 눈앞의 바다 위로 올망졸망 솟아있는 작은 무인도들의 풍광도 운치 있다. 해수욕장 뒤편에 있는 소나무 숲에서는 야영도 할 수 있어 여름철 오토캠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애마 자전거에 올라타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나아간다. 언뜻 보기엔 모래 속에 바퀴가 푹 빠질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앞으로 슬슬 잘 나간다. 땅도 아닌 모래펄 위를 달리는 느낌이 뭐랄까. 좀 비현실적이고 푹신푹신한 게 꽤 기분이 좋다. 게들이 바퀴게 깔리지 않고 피할 수 있도록 천천히 페달을 밟는데도 자전거는 서지 않고 슬금슬금 잘도 간다. 해변길, 송림길이 나 있지만 발치까지 들이치는 파도 소리를 록 음악처럼 감상하며 바닷가를 달리는 기분은 겨울이 선사해준 짜릿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렇다고 쌩쌩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페달을 빨리 밟고 싶어도 모래밭이 자전거 뒷바퀴를 뭉근히 붙잡는다. 마치 어느 동네 주민이 "뭐가 그리 급하대유. 천천히 가유~" 하고 말하는 것만 같다. 저 너머에 있는 안면도 바닷가는 너무 푹신해 자전거로 달릴 수 없으니 서해는 참 알수록 신묘하다. 그밖에 몽산포마을 남면 달산리와 신온리 드르니항을 잇는 15km의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 그 길을 달려도 좋겠다.
 

파도소리 들려오는 태안 해변길의 백미 '곰솔숲길'

 

 
몽산포 바닷가는 썰물 때  저멀리 수평선까지 모래밭과 갯벌이 펼쳐진다. 도시에서 눈앞의 가까운 것만 보고 살았던 좁은 시야가 탁 트였다. 불과 몇 시간 전엔 출렁이는 바닷속이었던 갯벌에는 수많은 작은 구멍이 퐁퐁 뚫려 있고 주변엔 구멍 수 만큼 많은 작은 게들이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며 분주하다. 이렇게 드넓은 모래사장을 가득 채운 작은 게들과 게들이 둥글게 말아 놓은 염소똥 같은 모래 공들이 장관이다. 그런 게들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남녀노소 여행객들은 갯벌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저마다 수렵 활동에 열심이다.
 
곳곳에 펼쳐진 곰솔숲길은 태안 바다의 매력을 더해주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곰솔은 사구 그러니까 바닷가 모래언덕에 사는 소나무다. 곰솔은 내륙에서 자라는 일반 소나무인 육송(陸松)보다 솔잎도 굵고 생김새도 투박하다. 해풍을 받고 또 막고 서 있느라 곧게 쭉쭉 뻗지도 못했다. 거기에 나무껍질은 검은색에 가까워 '흑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투박한 소나무지만, 바닷가에서 숲을 이룬 모습은 그렇게 청정하고 포근할 수가 없다.
 
모래언덕 중에서도 곰솔이 사는 언덕은 어느 정도 육지화된 사구다. 사구의 최전선에는 '갯그령'이라는 식물이 산다. 백사장과 모래언덕을 구분하는 기준은 갯그령이 사느냐 안 사느냐의 차이다. 곰솔 사이로 난 길은 푹신한 게 더없이 편안하다. 소나무의 숨과 바다의 바람이 섞여선지 공기가 더욱 상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태안 바닷가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곰솔림길이 아닐까 싶다. 동양 최대 넓이라고 하는 해변이 있는 몽산포해수욕장은 이처럼 고운 모래사장과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여 있다.
 
 
 
별주부마을, 돌그물이 있는
청포대해변

 

마당같이 넓고 포근한 느낌의 청포대 해변 

재미있는 옛 이야기가 담긴 청포대 해변 별주부마을
 
청포대해변은 '마당같이 넓은 포구'란 뜻을 품고 있다. 재미있게도 해변 앞으로는 검은 여, 즉 '자라바위(혹은 덕바위)'라고 불리는 특별한 암초가 솟아있다. 전래동화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간을 말린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토끼에게 속은 자라(별주부)가 탄식하며 용왕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죽었는데 이 자라가 바위로 변해 현재의 자라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자라바위가 있는 별주부마을은 서해의 풍부한 어족자원을 바탕으로 독살문화 등 갯벌 문화가 있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농어촌 마을이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청포대해변 자라바위에서 용왕제와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는 특별한 마을이기도 하다.

 

'독살(혹은 돌살)'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어업방식으로 길이 150m가량의 돌담을 V자로 쌓아 썰물때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전통 어로방식이다. 현대의 무자비한 물고기 남획에 비해 소박하고 탐욕이 느껴지지 않아 참 정이 가는 돌그물이다. 옛날에 독살 하나 가지고 있으면 마을에서 부자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 근대화 과정에서 집을 짓고 길을 놓으면서 필요한 돌을 이곳에서 가져다 써 대부분의 독살이 없어졌다고 한다.

 

별주부 마을에서는 바닷물이 빠지고 바닥을 드러낸 독살 갯벌에서 멸치, 광어, 우럭 등 온갖 물고기를 직접 잡을 수 있는 체험 행사도 마련돼 있다. 별주부마을엔 9층 높이의 전망대도 있어 가볼만 하며 태안 해변길 일대가 한눈에 펼쳐져 풍광 또한 참 좋다.

 

 

*체험 관련 문의 : 별주부마을((☎ 041-674-5206)  http://byuljubu.invil.org

 
 

별주부마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전통 어로 '독살'

 

태안 해변길이 한눈에 보이는 별주부마을 전망대
 
 
청포대 해변을 지나 마검포 해변으로 가는 길. 사람들이 띄엄띄엄 눈에 보일 정도로 바닷가가 한적해졌다. 저 멀리 갯벌이 끝나는 바다에서 바람을 타고 갈매기와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꾸물꾸물해지던 날씨는 깨알 같은 싸락눈을 뿌리기도 하고 하얀 눈을 살포시 흩날리기도 한다. 바람을 이기지 못한 바다는 사정없이 춤을 췄고 밀가루 같은 백사장의 모래는 빠른 세월만큼이나 쏜살같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 바다는 이런 맛에 오는 거지.'
 
그런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서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 해변을 달리려니 마치 현실이 아닌 꿈속 같다. 앞에 이어진 해변은 마검포해변이라는데, 무슨 오지의 바닷가인 듯 이젠 주변에 인적이 아예 없다. 갯벌의 많은 게도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안 받아서인지 한결 여유롭게 갯벌을 누빈다. 그렇게 마치 사막을 건너듯 까마득한 해변의 모래 위를 무념무상 속에서 나아갔다. 도시에서 담아온 가슴 속 번뇌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에 모두 다 실려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김종성 작가
충청남도>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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