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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회촌 대보름 달맞이 축제 풍경

올해의 건강을 염원하며
등록날짜 [ 2016년03월08일 13시38분 ]
 

강원도 회촌 대보름 달맞이 축제 풍경

 

 

▲ 원주는 전통을 이어가는 마을, 회촌에서 대보름 축제가 열린다
 
우리 집은 소소한 명절을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사라졌던 대보름을 외국인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살게 되면서 다시 챙기기 시작했다. 그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놀이를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찾아보니, 명절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보름 축제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스펙터클한 행사가 많이 포함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해의 첫 번째 보름달이 찾아왔고,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원주에는 회촌이라는 마을에서 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대보름 행사는 지방 도시뿐 아니라 서울에도 여기저기 열리는 곳이 많이 있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회촌
 
 
회촌은 강원도 원주의 백운산 기슭에 자리 잡은 40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이다. 약 250여 년 전에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 마을은 일본강점기 때도 단오제를 이어오는 등 전통문화 계승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도 일 년에 네 번, 달맞이축제, 단오서낭제, 옥수수축제, 김장축제가 열려 다채로운 세시행사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축제장에 도착하자 회촌의 자랑인 매지농악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매지농악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도 등록이 되어 있다. 흥겨운 농악놀이에 절로 어깨춤이 들썩들썩. 

 

 

 

보름달 빛 아래서 바베큐를!



 
먹거리 장이 열린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정확히 어떤 것을 파는지 몰랐던 우리는 둘러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대규모 셀프 바베큐장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약 30개쯤 되는 바베큐 판과 테이블이 늘어서 있고, 이곳 장터에서 파는 고기를 사다가 직접 구워 먹으면 된다. 불판도 올려져 있고, 숯은 축제장에서 계속 제공해 준다. 사람많은 대도시 축제장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작은 마을 축제이다 보니 이런 것이 다 가능하다.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원주 시민들도 많이 참여했지만, 행사장이 적절히 붐벼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과하지 않아 축제 내내 쾌적한 느낌이었다.


판매되는 음식 메뉴
 


 
우리는 구이용 돼지고기와 김치메밀부침개 그리고 가래떡을 구입했다. 밥은 판매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미 알고 공깃밥, 쌈장, 계란 등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부침개는 3천 원인데, 어찌나 푸짐하게 겹겹이 쌓아 주던지 훈훈한 시골 인심에 저절로 흐뭇해진다. 그리고 그 옆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돼지고기와 가래떡. 고기는 껍질까지 붙어있는 주먹고기로 아주 불규칙하게 썰어져 있는데,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
 
 


 
축제는 낮 동안엔 굴렁쇠 굴리기나, 투호, 윷놀이, 널뛰기 등 소소한 놀잇거리가 준비되어 있고, 저녁 6시 즈음부터 해서 본격적인 놀이마당이 열린다. 일단 매지농악으로 관객의 흥을 돋우기 시작한다.




 
대동놀이에 이어 오랜만에 보는 단심줄 놀이가 시작됐다. 초등학교 운동회를 마지막으로 해 본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이곳 축제가 좋았던 점은 시민들이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도시 축제라면 이런 기회가 있어도 선택받은 몇 명이나 줄을 만져볼 수 있고, 줄은 고사하고 가까이서 보기도 힘들었을 텐데 여기서는 편안하게 고기를 구우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 터트리기도 한다. 또다시 운동회가 생각나면서 나는 추억에 잠기고, 남편은 사람들이 던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에 들어갔다. 고기굽느라 바빠서 자세히 못봤지만 아마 콩주머니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박을 준비한 분들이 너무 열심히 붙였는지 잘 터지지 않아서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막 흔들며, 요란을 떨고 나서야 겨우 한쪽이 터져 게임이 끝났다. ^^;

 

 


소원 날리기



 
달맞이의 주요 포인트는 소원을 적은 종이를 달집과 함께 태워 달까지 날아가게 하는 것 아니던가.
우리도 준비되어 있던 소원지에 열심히 소원을 적어 달집에 매달았다. 얼마나 열심히 적었던지 적고 보니 거의 편지 수준. 
 

 
소원 빌며 횃대 태우기


산 너머로 천천히 달이 떠오르고 기다렸다가 일제히 횃대에 불을 붙인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공연을 가까이서 보려고 다가갔더니 마침 달이 떠오를 무렵이 되었나 보다. 모두 한 줄로 서라더니 가족 단위로 횃대를 하나씩 나눠준다.



 
 
횃대를 가족들과 모여 바닥에 세우라는데, 우리는 조촐한 가족이라 횃대 한 개가 혼자 서질 않아서 손에 들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횃대에 불을 붙여 옆 사람에게도 불을 나눠준다. 




 
그리고, 남은 부분을 옆 사람들과 한데 모아 세워놓고 마저 태운다. 원래는 처음부터 횃대를 세워놓고, 불을 붙이는데, 그 쓰러진 모양으로 올 한해의 농사 운을 점쳐보기도 했다고 한다.
 

횃불들고 다리밟기


 



 
대보름 축제의 풍습들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들에 잡초를 태워 해충을 제거하고, 양분을 흙 속에 채우기 위해서 들에 불을 놓던 것에서 유래한 것들이라 유난히 불에 관련된 것이 많다. 다시 또 가족 단위로 횃불을 하나씩 나눠줬다. 이번에는 각목에 기름 먹인 불공을 달아놓은 진짜 횃불이다.


다리밟기 행렬

  
다리밟기는 지역마다 방법이 약간씩 다른데, 공통적인 의미는 한 해 동안 다리에 아무 병 없이 건강하게 보내고자 하는 주술적인 의미라고 한다. 어떤 곳에서는 대보름날 다리 12개를 찾아 밟으면 12달의 악운을 물리친다고도 한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오던 이 풍습 때문에 대보름엔 밤새 다리마다 사람들이 끊이지 않아서 이를 금지한 적도 있었고, 임진왜란 후에는 오히려 대보름 이틀 전부터 서울 도성문을 잠그지 않고, 사람들이 나가 밤에 다리를 밟고 올 수 있도록 허락해 줬다고 한다. 어떤 때는 사람들이 서울 안에 있는 다리란 다리는 다 밝고 다니기도 했다고 하니 다리밟기에 대한 믿음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이를 처음 들어봐서 이런 재미있는 풍습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뭐 서울에 있는 다리를 다 밟자면 (한강대교?!) 몇 날 며칠 걸리겠지만 한 개 정도 가족들과 나가 걸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이벤트가 될텐데 말이다.
회촌 달맞이축제처럼 횃불을 드는 경우는 다리를 찾아 밟고 오는 동안 횃불이 꺼지지 않으면 그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오늘은 행사장 근처에 작은 다리가 하나 있어 아무도 꺼지는 일 없이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대동단결, 줄다리기!



 
민속축제에 줄다리기가 빠지면 섭섭하다. 엄청나게 굵은 암줄과 수줄이 등장했다.
 



 
줄다리기에 앞서 어린이들의 기세 싸움에 들어간다. 청기 팀과 백기 팀으로 나눠 막대기를 좌우로 흔들어 기가 떨어지지 않고, 많이 남은 팀이 이기는 건데, 이번에도 준비를 너무 열심히 하셨는지 기들이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양 팀이 막상막하로 남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청기의 승리!
 



 
그리고 드디어 암줄과 수줄에 비녀 목을 끼워 줄다리기 준비가 완성됐다. 암술과 수줄에 비녀 목을 끼우는 것을 혼인한다고 표현한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금세 한마음으로 대동단결하여 열심히 줄을 당겼다.
남녀노소 누구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회촌의 달맞이 축제, 여태껏 가봤던 어느 축제보다도 더 흥겹게 느껴졌다.


 
달집태우기



 
드디어 분위기가 무르익고, 보름달도 중천에 떠올라 달집을 태울 시간이 되었다. 이 달집은 행사 열흘 전 즈음 왔을 때 세우고 있는 것을 봤는데, 그간 잘 말라서 활활 타오를 것 같다. 불이 잘 붙으라고 일단 기름을 좀 뿌리고, 긴 장대에 불을 붙여 달집에 불을 붙인다.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달집
 
 
연기가 원자폭탄 터지듯 멋드러진 버섯구름을 만들었다가,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회오리를 만들기도 한다. 
와아~ 달집이 신나게 타오르자 그 열기에 다들 주춤 물러서면서도 모두 환희에 찬 감탄사를 내뱉는다.

 


 
열심히 적었던 소원들이 화려한 불꽃이 되어 하늘로 솟아올랐다. 멀리멀리 날아가 정말 달나라에까지 그 소원이 전달되어 모두 다 이루어지기를!
 
달집을 태우며 절을 하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여름에 더위도 건강히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요즘처럼 기름을 붓거나 하지 않았으므로 달집이 활활 타면 그해 풍년이 들고, 타다 꺼져버리면 흉년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달집을 만들 때 짚 이외에도 소나무와 대나무를 섞는데, 대나무가 탈 때 탁탁거리는 소리가 잡귀를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언제봐도 달집태우기는 불꽃처럼 화끈한 감동을 준다.
 



 
달집이 타닥타닥 타는 불 주변에 둘러서서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을 즐기기도 했고, 신나는 지역밴드의 공연이 이어져서 흥겨움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아슬아슬한 매력, 쥐불놀이

 



 
 
정월대보름에 쥐불놀이가 빠질 수 없다. 보통 축제장에서 깡통과 숯을 나눠주는데, 서울에서는 매번 수량 부족으로 못 받거나, 아이들 있는 가족만 나눠주기 때문에 우리는 고심하다 마트에서 LED 쥐불을 준비해갔다. ^^

그러나 우리 인심 좋은 원주 회촌은 쥐불도 넉넉하게 있어서 우리도 한 깡통 받아서 놀게 되었다. 
겨울이라 쉬고 있는 밭 위에서 불놀이를 할 수 있게 준비해 뒀는데, 아이들은 잘 못 돌려서 불타는 숯이 와르르 쏟아지기도 하고, 뭔가 매우 아슬아슬하지만 여럿이서 휘휘 돌리는 불을 바라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원주의 회촌 달맞이축제는 제대로 된 전통 축제를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다.

 

토종감자 작가 

강원도>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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