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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꽃이 반기는 천년고찰 백련사

전남 강진 백련사 기행
등록날짜 [ 2016년04월25일 09시33분 ]

 

 

붉은 동백꽃이 반기는

천년고찰 백련사

 

 

동백나무 숲, 야생 차밭, 천 년 고찰을 품은 만덕산 / 이하 ⓒ 김종성

 

흔히들 '남도답사 1번지'로 부르는 전남 강진(康津 : 편안할 강, 나루 진)은 유유히 흐르는 강진만(灣)에 기댄 기름진 평야가 있는 풍요로운 곳으로 말 그대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고장이다. 내겐 단돈 칠천 원에 그것도 홀로 여행자에게 산해진미 풍성한 배부른 한정식 한 상을 내줬던 인심 좋은 곳으로 기억되기도 하다.

 

강진 땅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을 떠올리게 만드는 곳이 있는 데 이름부터 푸근하고 정다운 느낌을 주는 '만덕산(萬德山 408m)'이다. 예로부터 야생 차밭이 많아 주민들이 '다산(茶山)'이라 불렀고, 정약용 선생의 호가 된 이 산 중턱에 그가 유배생활을 하며 십 년간이나 살아갔던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있다.

 

만덕사 중턱 풍광 수려한 곳에 다산초당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백련사(白蓮寺.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라는 절이다.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의 절 이름은 '만덕사'로, 다산은 만덕사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남녘의 정취로 가득한 백련사 너머로 펼쳐지는 강진만   

  


무려 6백살이나 먹은 팽나무 수피에 새겨진 기묘한 주름  

 

 

'만가지 덕'이 있는 산이라 그런지 절에서 바라다보이는 산세가 안온하고 푸근하다. 고려 8국사(國師)를 배출한 남도의 명찰로, 개창 연대는 신라 문성왕 1년(83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국내 대다수 절집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등 전란 통에 소실되는 비운을 겪고 새로 지어졌다. 사찰의 본래 이름은 만덕사라고 불렀으나 고려 후기 민중불교 정화운동인 '백련결사'가 계기가 되어 백련사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고려 시대 백련결사를 일으켰던 역사적인 사연으로, 백련사의 사(寺)자를 모일 사(社)로 쓰기도 한단다. 

 

백련결사 당시에는 승려가 1000여 명, 절집은 80여 칸이나 되었다고 하지만, 고려 말 남해안 일대가 고려청자 주산지 이자 곡창지대여서 빈번하게 출몰하는 왜구들에 의해서 약탈을 당할 때 많은 피해를 입었고, 조선 건국 후 숭유억불 정책으로 승려들은 천시되고 사찰은 퇴보하여 거의 폐사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 오래된 절은 야생 차나무와 천연기념물 동백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정약용의 호 다산이 후대에 지어졌으며, 야생 차나무가 많은 만덕산의 다른 이름 다산(茶山)에서 비롯되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산 중의 외롭고 고통스러운 유배의 나날을 함께 해준 이가 있었으니, 정약용 선생과 떼려야 뗼 수 없는 인연의 절 백련사의 학승(學僧)인 혜장(1772~1811)스님이다.

 

동백나무 숲이 아름다운 백련사는 다산초당에서 숲속 오솔길을 걸어 채 1시간이 안 되는 거리에 있다. 다산은 으슥한 밤이 되면 만덕산 자락에 자리한 백련사 혜장을 만나러 산길을 더듬어갔고, 혜장은 언제나 차와 따뜻한 마음으로 다산을 맞았다고 한다.

 

 

 

백련사를 거닐다 만난 봄의 전령사 매화와 코끝을 간지르는 천리향
 

 

 

백련사에 들어서면 절 앞에 수호신처럼 서있는 거대한 팽나무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온대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팽나무는 600살이 넘은 고목이라고 한다. 이름이 재미있는 이 나무는 오래살고 크게 자라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다. 대한민국 산림청의 보호수지에 등재된 노거수 중에는 느티나무가 가장 많고, 팽나무는 두 번째로 많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옛날 아이들은 팽나무 열매를 대나무 대롱에 넣고 손바닥을 쳐서 열매를 '팽팽하게' 날리는 놀이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열매를 '팽'이라 불렀고, 열매 이름을 따 나무 이름도 '팽나무'가 됐다고 한다. 팽나무는 어디서든 잘 자라고, 성장이 빠르며 뿌리가 강건해 강풍이나 태풍·해풍에 강하다. 팽이버섯도 팽나무에서 자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수호신 같은 팽나무 외에 차나무, 대나무, 사스래 나무 등이 살고 있는 천년고찰 백련사는 남도의 절이 그러한 것처럼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코끝을 간지르는 천리향은 절로 봄 기운을 나게 하고, 흔히 백일홍 이라 부르는 배롱나무의 신묘한 수피(나무껍질)도 눈길을 끌었다. 8월에야 잎을 피우는 탓에 헐벗은 나목(裸木)의 애처로움이 고스란했다. 

 

 

신라시대 명필 김생이 직접 썼다는 대웅전 현판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단청이 벗겨진 대웅전에는 신라시대 명필인 김생이 직접 썼다는 현판이 남아 있다. 김생은 해동서성(海東書聖)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천 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현판이 남아 있다니 실로 경이롭다. 백련사 곳곳의 크고 작은 마당과 뜰을 거닐다 보면 바다로 흘러가는 강진만이 내려다보인다. 푸른 물감 같은 잔잔한 바닷물결이 절 아래까지 찰랑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절 아래로 펼쳐진 논밭은 간척공사로 매립해 조성한 곳으로 원래는 바다와 갯벌이었다.  

 

강진에서 봄을 알리는 것으로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산에서는 동백, 밭에서는 보리, 바다에서는 개불이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의 난온대 수목을 대표하는 나무다. 다산과 혜장의 인연을 맺게 해준 백련사 입구 왼편 능선엔 천연기념물 동백나무가 숲이 울창하다. 약 5만 2,000㎡(약 1만 6,000평)에 수백년 묵은 고목을 포함 1,5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다. 수백 년은 족히 먹었을 어느 고목 동백나무는 몸 곳곳에 흉하게 혹이 났음에도 빠알간 동백꽃을 피워 내었다. 나무의 늙음은 쇠퇴가 아니라 완성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수백 년 묵은 늙은 동백나무도 빨간 동백잎을 피워낸다
 

 

 

특히 동백나무 숲 속에 자리한 부도(뜰浮 죽일屠) 석탑이 눈길을 끌었다. 부도는 승려의 사리를 모셔놓은 일종의 무덤이다. 흡사 주춧돌과 몇몇 석조유물만 묵묵히 남아 폐허가 된 절터, 폐사지(廢寺址)를 연상케 했다. 새들이 지저귀는 울창한 동백나무 숲 속에 있어선가 쓸쓸함과 적막함마저도 아름다움과 운치가 느껴졌다. 어디선가 스님의 잔잔한 독경 소리, 낭랑한 목탁소리가 들려 오는 듯했다. 

 

천연기념물 동백나무 군락이 백련사 주위에 울울창창하게 펼쳐 져 있다. 군데군데 비자나무와 후박나무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동백나무 숲 최고의 절정은 3월 말에서 4월경 붉은 동백꽃이 만개 후 바닥에 처연하게 떨어진 풍경이다. 빨갛게 피어올라 절정의 순간에 꽃잎 통째로 낙화 하는 동백꽃이 발 닿는 곳을 붉게 물들어 놓는다. 모든 꽃들이 아니 만물이 피어나는 계절에 동백꽃은 땅으로 툭툭 낙하하며 흙 속으로 묻히려고 한다. 자연은 어쩌다 동백나무에 이런 조화를 부려 놓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창 선운사, 여수 오동도 등도 국내 동백군락지로 유명하다. 두 군데 모두 가보았지만 울창하기론 이곳 동백림이 제일이다. 숲속으로 들어설수록 사위는 더욱 고즈넉해졌다. 동백나무에 사는 동박새 등 작은 새들의 명랑하고 경쾌한 지저귐이 떨어진 동백꽃잎의 처연한 감정을 잊게 해주었다.

 

강진은 해남과 덥루어 뭍에서 가장 봄이 이른 지역이다. 강진에서 봄을 알리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산에서는 동백, 밭에서는 보리, 바다에서는 개불이다. 백련사에서 바로 나와도 되지만, 혜장 스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다산의 마음으로 초당을 향해 숲속 오솔길을 걸어갔다.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은 따사로웠고, 나즈막한 숲길은 여전히 정다웠다. 

 

- 대중 교통편 : 강진 버스터미널 1일 9회 운행 (첫차 0625, 막차 1830)

- 문의 : 백련사 061-432-0837

 

 


 

김종성 작가

http://sunnyk21.blog.me

 

전라남도>강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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