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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마지막, 배 타고 가는 석모도 여행

섬 속의 섬, 인천 석모도 자전거 여행
등록날짜 [ 2016년08월29일 09시29분 ]


올해가 마지막, 배 타고 가는 석모도 여행

섬 속의 섬, 인천 석모도 자전거 여행





'섬 속의 섬 ' 인천 강화도의 동생 석모도(인천 강화군 삼산면)로 지난 13일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삼산면이라는 지명처럼 석모도엔 산이 세 개 있는데 하필 해안가 일주도로에 솟아있어 서너 개의 언덕과 고개를 넘어야 하는 섬이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리고, 호흡을 거칠게 하는 섬이지만 이상하게 또 가고 싶은 묘한 매력을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섬 속의 섬이라고 하지만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다. 강화도까지는 강화대교로 연결돼 있고 강화도에서 석모도는 배를 타고 불과 10분 정도(1.2km)의 거리다. 석모도 여행을 떠나게 된 건 두 가지 소식을 듣고서다. 내년에 섬까지 이어지는 다리가 생긴다는 것과 섬에 '강화 나들길'이 있단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여정의 즐거움을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었고, 석모도에 이어진 강화 나들길(11코스, 19코스)은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궁금했다. 석모도 해안 일주도로는 약 25km 정도지만, 여러 개의 언덕 고갯길과 강화 나들길, 눈썹바위가 있는 산 중턱의 천 년 고찰 보문사까지 있어 50km 이상으로 느껴지는 길이다. 

 

 

 

 석모도 가는 배 갑판 위에 다소곳이 앉아 새우깡을 기다리는 갈매기


▲ 석모도 가는 배 창문 뒤로 공사 중인 연육교가 보인다.




금단의 땅이 된 석모도의 새끼 섬, 섬돌모루 




강화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석모도행 선착장이 있는 외포리행 버스(30번, 31번)를 탔다. 외포리 선착장(인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매 30분마다 석모도행 배 출발)은 밴댕이, 젓갈 내음이 가득한 어시장과 버스정류장 앞에 '동창 이발소'가 있는 수수하고 정다운 포구다. 내년에 석모도까지 연육교가 생기면 이 선착장도 사라지고 포구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도 다들 떠나겠구나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2천 원짜리 석모도 왕복배표를 사면서 그런 걱정을 토로(?)했더니, 매표소 직원은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외포리 선착장에선 석모도 외에 서도라 불리는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 등 운행하는 배편이 많단다. 석모도 가는 배에 올라타니 괭이갈매기들이 갑판 위에서 손님을 맞듯 일렬로 다소곳이 앉아 있어 웃음을 짓게 했다.

노란 부리 끝에 빨간 립스틱까지 예쁘게 단장하고 승객들을 기다렸던 건, 외포리 선착장 매점에서 파는 새우깡을 얻어먹기 위해서다. 사람도 중독시키는 과자, 그중 새우깡은 사람이 아니라 새를 위해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갈매기들에게 인기다. 바다 위에 선을 그으며 반 정도 이어진 석모도 연육교가 보였다. 눈앞을 스쳐 가는 갈매기들에게 저 다리를 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지만, 갈매기의 눈은 당장 먹고픈 새우깡 외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배를 탄 지 10분 만에 닿은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 앞에 웬 자전거들이 단체로 모여 있었다.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섬답게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가게들이다(24시간에 만 원). 펜션이나 민박집에서도 숙박 손님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준다. 본섬 강화도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 시간이 오후 9시라 한결 여유롭지만, 왠지 배를 타고 섬에 오면 기분 좋은 단절감에 취하게 되는지 하룻밤 묵을 숙소를 정하게 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 특유의 고즈넉한 밤 정취가 좋아서인지도 모르겠다.

 

 

▲ 석모도 동쪽 해안도로 가의 정다운 마을 풍경


▲ 금단의 무인도가 된, 석모도 새끼 섬 섬돌모루



선착장을 나오자마자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삼산면 방면으로 난 섬 해안 길을 따라 달려갔다. 집 주인아주머니가 이름을 알려준 예쁜 꽃 잔디(지면 패랭이꽃)로 돌담을 꾸민 수수하고 낮은 집들, 이름 모를 작은 섬이 떠있는 서해바다가 더없이 아늑하게 다가왔다. 초중학교, 면사무소가 있는 삼산면도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어디나 똑같은 낮고 말끔하고 규격화된 학교건물이지만, 섬마을에서 만난 초등학교라 그런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창가에 턱을 괴고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멍 때리는' 아이, 자그마한 운동장(아이들에겐 무척 크게 보이는)에서 훌라후프를 열심히 돌리는 귀여운 아이들... 학교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 건 역시 아이들이다.   

수년 전 가을 이 섬에 처음 왔을 때와 변함이 없어 고향이 온 듯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번 석모도에 오면 많은 것이 바뀌겠구나 생각이 든 건 연육교 공사현장을 마주하고서였다. 도시의 고가도로 같은 높다란 다리가 석모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리 위로 수많은 차들이 몰려오는 풍경이 착시처럼 보였다. 편리함, ㅇㅇ원의 경제효과 등과 성급하게 맞바꾼 후 섬 고유의 정취를 잃어버리는 걸 몇 번 목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강화 나들길이 생겨 더욱 풍성해진 석모도 여행

 

 

 

석모도의 색다른 해안 길, 강화 나들길(19코스)




삼산면 파출소에서 해안가를 향해 석모 선착장으로 가면 강화 나들길(19코스)을 만날 수 있다. 섬 해안도로와는 전혀 다른 풋풋한 길이 섬 북쪽 끝에 있는 상주산까지 이어진다. 섬 일주도로를 달렸다면 휙 지나칠 길이 강화 나들길 덕분에 풍성해졌다. 이 길엔 이채로운 이름의 무인도 '섬돌모루(16만 5000제곱미터, 5만 평)'가 보인다. 바다로 뛰어들어 팔다리 몇 번 휘저으면 닿을 것 같다. 겉보기엔 돌담과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이지만 바로 앞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도 가지 못하는 곳이다.  

석모 선착장의 유일한 횟집 식당 아저씨가 그 이유를 알려줬다. 과거 5공 청문회 때 이 섬 이름이 알려졌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이곳에 와 살려고 해서다. 섬 주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해 유야무야 된 이후 사유지가 된 섬은 이런저런 개발을 하다 지금처럼 주민들도 가지 못하는 금단의 땅이 되고 말았다.                

하늘색 고운 붓꽃이 활짝 피어난 해안 길, 푹신푹신한 흙길이라 자전거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불편하거나 조급증이 나지 않는 길이다. 오른편은 건너편의 이웃 섬 교동도가 보이는 갯벌의 바다가, 왼편엔 여느 농촌처럼 너른 논이 펼쳐졌다. 삼산면 상리와 하리 지역인데 상리(上里), 하리(下里)라니 처음 보는 특이한 동네 이름이었다. 강화 나들길은 섬 북쪽 상주산(삼산면 상리) 둘레길까지 이어졌다.

 

 

 

▲ 바닷가를 거니는 강화 나들길 도보 여행자들

▲ 100세 가까운 나이에도 밭일을 하시는 정정한 섬마을 할아버지

 




상주산 자락에 있는 동네를 지나는 길가에 우렁찬 소리를 내는 소형 트랙터를 몰며 밭을 갈고 있는 노인에게 눈길이 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연로해 보여 길을 물어보는 척 나이를 여쭤보니 나이 대신 미소를 지으며 "21년생이야" 하신다. 대충 계산해 봐도 90대 후반, 일제 강점기·광복·한국전쟁·군사독재시대를 지나온 삶은 어땠을까 절로 궁금하게 하는 분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건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겠구나 싶어서였다.

낼모레면 100세인데 내가 해도 힘이 들어 보이는 트랙터로 밭을 갈다니... 하지만 할아버지는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마시던 물을 권하며 이 동네는 원래 조수(潮水)가 흐르는 바다이자 갯벌이었다고 알려 주셨다. 먼 옛날 바닷물이 들고 나는 갯벌이었던 곳을 간척해 상리와 하리라고 이름을 붙여 논을 만들었다고. 쌀이 소중한 시대다 보니 빈틈만 보이면 간척을 했단다.

어쩐지 동네 이름이 독특하다 했다. 이날 저녁 숙소에서 검색을 해보니 할아버지 말은 사실이었다. 석모도는 조선 숙종 때에 간척사업으로 북쪽의 송가도(松家島), 남쪽의 매음도(煤音島), 어유정도(魚遊井島)와 합쳐지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형성됐다. 마치 의도한 것 마냥 섬의 모습이 묘하게 한반도를 닮았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산 노인은 그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모내기 준비가 한창인 하리를 지나 섬의 동쪽으로 넘어갔다. '넘어갔다'는 표현을 쓴 건 말 그대로 오르막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 잠시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 끌고 오를 정도로 경사가 있는 길이지만 보람이 있다. 지나온 섬의 동쪽과 전혀 다른 바다 풍경이 나타난다. 게다가 속 시원한 내리막길, 입이 절로 벌어지고 감탄사가 터져 나오면서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섬 동쪽 해안도로엔 석포리 선착장까지 자전거도로도 붙어 있다.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이 멋지다 보니 펜션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경치를 감상할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 섬 동쪽과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석모도 서쪽 해안


▲ 노승 같은 고목 소나무가 반겨주는 절 보문사


수신(修身)하며 오르는 절, 보문사 


해안가 카페 못지않은 풍경이 있는 곳이 떠올라서였다. 낙가산 자락에 있는 천 년 고찰 보문사(普門寺,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다. 언덕길을 한 번 더 타고 도착한 보문사는 서둘지 말고 천천히 오라는 듯 정문에서 한 차례 더 오르막이 이어졌다. 주차장에 애마 자전거를 묶어놓고 걸어 올라갔다. 섬 주민들의 작은 장터와 식당이 이어지고, 절만큼이나 오래된 허리 굽은 노승 같은 고목 소나무들이 여행자를 반겼다.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금산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이다. '기도빨'이 좋은 사찰로 소문나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른 저녁 절에서 주는 공양 밥을 얻어먹다가 얘기를 나눈 아주머니들은 내 이웃 동네 분들이었다. 



▲ 보문사 마애석불 앞에서 보이는 눈 시원한 풍광

 

 

▲ 보문사 꼭대기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석불

 

 

기도를 하거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절을 찾은 사람 모두가 가는 곳이 눈썹바위 아래 마애석불좌상이다. 낙가산(327m) 꼭대기에 있는 눈썹바위까지 계단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어 또 한 번 수신(修身)을 해야 한다. 보문사는 이 절을 품은 낙가산을 오르는 길이기도 하다. 1921년 주지 스님이 만들었다는 좁은 이마에 코가 넓고 친근한 인상의 마애불상 아래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원과 행복을 빌고 있었다. 

나는 해저물녘 석모도의 노을이 더없이 아름답게 지기를 빌었다. 마애불상 위로는 거대한 눈썹바위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 마치 석불이 비를 맞을까 봐 가려주기 위한 차양처럼 보였다. 정성스레 절을 하는 불자들의 등 뒤로 서해바다의 드넓은 절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해질녘엔 더 아름답겠구나 느낌이 오는 곳이었다. 자전거 페달 질을 잠시 멈추고 올라오길 잘했구나 싶었다.


▲ 갯벌에 사는 칠면초 덕택에 붉은 바닷가가 이어졌다


▲ 갯벌 체험하기 좋은 민머루 해변



해안도로 옆 자전거 길을 달려 석모도의 남쪽 끝에 있는 해변으로 갔다. 아직 땅거미도 지지 않았는데 바닷가가 온통 불그스름했다. 갯벌 가에서 사는 붉은 칠면초 덕에 이색적인 바닷가가 이어졌다. 재미있는 이름의 민머루해수욕장은 이 섬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해가 이 해변으로 저무는 덕에 석모도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해수욕장이지만 모래가 별로 없다. 파도가 힘차게 오가면서 모래를 날라야 되는데 잔잔한 파도가 이는 민머루 해변은 그래서 모래톱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해수욕보다는 조개, 게 등을 구경하며 갯벌체험을 하는 곳이다. 갯벌은 단단하면서도 감촉이 부드러워 갯벌 산책하기 좋다. 해변 바로 옆엔 '장구너머'란 정다운 이름의 작은 포구도 있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장구처럼 보인다 하여 '장구너머' 이름이 붙었다고. 횟집과 식당이 있지만,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작은 어선들이 모여 있어 반가웠다.

민머루해변과 장구너머 포구 뒤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었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삼각대를 멘 사진가들이 슬금슬금 해변에 모여들었다. 물 빠진 회색빛 갯벌의 바다를 주홍색으로 물들이며 저무는 해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지구가 돌면서 발생하는 자전현상을 회의하게 하는 노을을 바라보며 해안가 민박집으로 향했다.

* 주요 자전거 여행길 : 석포리 선착장 - 삼산면사무소 - 석모 선착장, 강화 나들길(19코스) - 성주산 하리 - 보문사 - 민머루 해변, 장구너머 포구       

 

 

김종성 작가

sunnyk21.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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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나들길을 아시나요? (2016-07-19 17:16:55)